ㅡ 부재 속의 존재
새벽,
침묵이 문을 밀어 벽으로 걸어오고
허공은 미세한 떨림을 남긴다
문틈의 그림자 흔들리며,
당신은 기도 없는 제단 앞에 서 있다
나는 그 안에서 결핍의 온도를 느낀다 —차갑고 무겁지만, 피부 깊숙이 몸 전체를 감싸며 ‘있음’을 전한다
손은 의미 없음으로 떨어지고,
흔적은 낡아버려
빛과 어둠 사이에 부서진 잔해가 몸을 스친다.
나는 부재 속에서 스스로 있음,
곧 존재를 체감한다
그림자는 주인을 기억하지 못하고,
말 없는 언어가 공기를 굳히며
빛은 표면에서 중단되어
남은 잔상조차 구원을 대신하지 못한다
나는 단지 있음 자체를 확인하고 받아들인다
흩어진 어둠 사이, 끝내 부재만이 서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나는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