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보지 마라. 길거리 장사라도 구체화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디테일하다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결정한 이후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장애물을 최대한 지혜롭게 해결하고,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 컨셉 정하기였다.
그 컨셉은
위트 있는 성인 갤러리
그리고 이 컨셉에 맞춰 상품을 디자인하고, 제작에 돌입했다.
( 컨셉을 정한다는 게 결국 스타트업에서는 브랜딩을 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
먼저 가장 중요한 상품을 기획하는데 컨셉에 맞게 위트 있으면서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를 넣기 위해 콘돔을 커스터마이징 하기로 정했다. 콘돔 패키징이 된 커버 자체를 제작하여 브랜드의 강점과 우리의 색깔 모두 넣고 싶었지만 콘돔 브랜드와 직접 컨택해야 하고, 최소 주문 수량 등의 이슈로 아쉽게 포기하였다. 물론 불가능에 가까웠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에 제의해볼 생각을 안 했다는 점이 아쉽다. 안돼도 밀고 나가는 정신으로 시도하다 보면 예기치 않는 기회가 찾아올 수 있고, 그 기회는 색다른 경험을 준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많은 일들이 세상에는 일어나고, 필자에게도 감사한 일들이 찾아왔었기 때문에 의지를 가지고 무모한 도전에 가치를 두려고 하는 편이다. 다시 돌아가서, 커버 자체 제작 대신 스티커를 제작하여 앞면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대체하였다. 스티커는 재미있는 섹슈얼한 사진을 골라 포토샵을 거쳐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재가공하였다. 물론, 저작권은 신경 쓰지 않았다.;;
콘돔을 포장할 패키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산타 할아버지가 들고 다니는 주머니에서 착안하였다. 마치 커플들의 아름다운 시간을 선물하는 듯한 패키징을 선택하였다. 생각보다 우리가 원하는 제품을 찾기는 쉽지 않았고, 추리고 추리다 이태리타월로 선정하게 되었다. 퀄리티가 다소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크리스마스의 대표적인 색감 중 하나인 초록색을 띄었다는 점과 마진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의외인 것들이 꽤 신박할 때도 있지 않은가. 거기에 창의력을 한 번 더 보태어 커플들끼리 함께 샤워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다소 엉뚱하지만 필요함짓한 의도를 넣어 구매자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결정하였다.
패키징을 마무리해줄 끈은 크리스마스 컨셉을 유지하면서 빨강 색상을 선택해 패키징이 초록과 빨강이 어우러진 느낌을 주는 저렴한 것으로 결정하였다.
상품을 기획했으니 이제 어떤 식으로 팔지 생각해보았다. 단순히 낱개로만 파는 게 맞을까? 때밀이 커버 패키징이 그 사람들에게 필요할까? 2+1 행사라도 있어야 하는 걸까?
사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예상을 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이 결정되는 줄 알았고, 척척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것까지 자세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패키징하고, 진열해놓아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배웠다.
낱개로만 팔아도 충분히 판매가 될 것 같았다. 다양한 스티커가 붙여진 콘돔을 고르면서 쇼핑하는 하나의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낱개로만 판매하면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여러 가지 프로모션을 만들었다. 우선, 낱개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도록 책상에 배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할 것이다. 그리고 콘돔 3개, 5개를 랜덤으로 넣은 묶음을 미리 패키징을 준비하고,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내놓아서 빠르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 대량주문은 거의 힘들 것이라고 판단해서 그렇게 3가지 경우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거나 홍보에 도움을 준다면 덤으로 상품을 챙겨주자고 약속했다. 너무 야박하고, 딱딱하게 장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상품 기획과 함께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고객유도방식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였다. 가장 근본적으로 민망함을 어떻게 떨쳐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제일 컸다. 단순하게 ‘콘돔 하나 사세요~~’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만 받고 끌어들이지는 못할 것이 분명했다. 컨셉대로 색슈얼 한 부스 갤러리를 만들어서 고객유도 없이 자연스럽게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을 꾸밀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오히려 아무런 호객행위 없이 공간을 꾸며놓으면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점이 있어 재미있는 컨셉으로 방향을 틀었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영화 ‘나 홀로 집에(Home Alone)’이다. 그래서 영화 속 도둑 캐릭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도둑들이 마치 선물을 훔쳤다가 나눠주는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 그래서 도둑 마스크를 쓰고, 재미있는 멘트로 고객을 끌어보기로 결정하였다. 길거리에 도둑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무서우면서도 궁금해서 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져봤다. 반응이 좀 별로라면 플랜 B로 데이트 코스처럼 변경하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의 설득은 설득이거니와 안정성과 신뢰감은 어떻게 보장해줄지에 대해서는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했다. 우선 브랜드만큼은 확실히 신뢰성 있는 브랜드에서 구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격이 높다고 브랜드를 놓치면 애초에 판매 시작조차 못해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다. 그래서 국산제품 중 평판이 괜찮은 ‘유니더스’라는 브랜드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했다. 편의점에서 산 콘돔을 이용하다 잘못되었을 때 컴플레인을 걸 '편의점 본사 또는 물품제작회사'라는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소매로 판매하는 사업이지만 재가공을 하기 때문에 조치를 분명히 해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정보와 출처의 명확성이라고 판단했다. 당연히 악의적으로 구멍을 만든다거나 그런 짓은 절대 하지 않기 때문에 컴플레인이 들어오지 않겠지만 만에 하나라는 경우는 분명히 존재할 수 있고, 적어도 우리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되어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컴플레인이 들어와도 우리가 뭔가를 조치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회사와 컨택을 해본다던지 제품을 다시 한번 살펴보거나 우리의 프로세스를 다시 한번 짚어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소비자의 불편함을 줄이는 차원에서 필요한 절차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식은 '인스타그램 계정'이었다. 우리가 따로 사무실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들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인스타 아이디 정보를 장사 공간 한켠에 적어놓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인스타 계정에는 제품 출처, 제품 정보, 문의 방식 등을 상세하게 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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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