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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nnell Kelly Nov 24. 2022

나는 콘돔을 통해 도전하고 싶었다.

나는 콘돔을 팔아 나의 변화와 성장 그리고 사회의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

2019년 11월 초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


필자는 열정과 패기가 넘쳤고, 뭐든 해보고 싶었다.

나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우선 해봐야 지하는 열정이 가득했다.

학교에서보다 밖에서 내가 직접 부딪히면서 방법을 찾아내보고 싶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면 안 된다는 강박이 강했다.

흔히 말하는 comfort zone에서 벗어나려고 매번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기회를 물색하던 도중 친구와 스타트업 해커톤에 출전하였고, 수상의 기쁨을 만끽하며 간단히 뒤풀이를 하게 되었다.

술이 가미되니 평소에 가볍게 생각했던, 스쳐 지나갔던 그런 아이디어들을 막무가내로 뱉어내기 시작했다.

필자와 친구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었고, 무엇보다도 주체적으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고자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장사, 그중에서 콘돔을 화두로 던져보았다.


콘돔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부분도 컸지만 단순히 궁금증 해소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필자는 꼭 콘돔을 팔아보고 싶었다.



스타트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전혀 무지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있었다. 어렸을 적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기대와 희망을 품었고, 20살이 넘은 시점부터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상에 긍정적 임팩트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을 몰랐다. 트렌드가 뭔지 몰랐고, 할 수 있는 기술도 없었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부딪히는 패기, 열정 밖에 없었다. 아는 사람도 없어서 물어볼 수도 물어볼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내가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실행은 무엇일까를 떠올렸고, 장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길거리 장사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과 같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자금의 흐름, 고객 개발, 아이디어 개발 등 다양한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보다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의 차이를 느껴보고 싶었다.

레드오션과 블루오션


흔히 시장경제를 다룰 때, 블루오션과 레드오션, 퍼플오션 등을 통해 시장규모와 경쟁사들이 얼마나 분포해 있는지를 판단하고는 한다. 일차원적으로 생각했을 때 블루오션은 경쟁사가 없고,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는 잠재력만 가득한 시장이라고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않다는 것은 소비자가 그 시장에 대한 니즈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그 시장으로 뛰어드는 경쟁사들이 적은 것이다. 그 제약들을 안고 블루오션 안에서 모든 점을 개척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레드오션은 시장 형성이 충분히 되어있고 규모가 크지만 경쟁사가 많은 터라 그 안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획기적인 차별점이 있지 않는 한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단순히 블루오션 속에서 싸우고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당연히 좋은 것이 아닌가라는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의문을 던지고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성인용품에 보수적인 우리나라 안에서 성인용품을 대중화시키고, 자연스러운 생활용품으로 자리 잡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성생활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자연스러운 대화 주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있었다. 경쟁사가 많지 않고 시장 형성이 크게 갖춰지지 않았지만 꾸준히 소비되고 무엇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독자분들은 ‘마녀사냥’이라는 콘텐츠를 아는가. 그 당시 공중파 채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30 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열기를 일으켰다. 재미있었고, 연예인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도 좋았지만 많은 시청자와 함께 성에 대해 공유하고 소통하는 점이 매력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녀사냥 이전에는 단순히 성에 대한 자극적인 미디어만 있었을 뿐, 이렇게 자연스럽고, 가깝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미디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쟁 채널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새로운 시도임에도 모두가 가지고 있던 마음속 깊은 간지러운 부분을 잘 긁어낸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나는 무명인이고 학생에 불과했지만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게끔 하고 싶었다.



위험부담을 안고 직접 매니징 하면서 나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나는 정말 뜻밖의 도전이나 내가 해보지 않았던 부분을 시도하면서 ‘comfort zone’으로부터 탈피하고 성장하는 편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누군지 점점 알게 되고는 한다. 지인들은 필자를 겉으로 봤을 때 굉장히 도전적이고 개척정신이 강한 청년으로 기억해주는 사람이 많지만 이면에는 굉장히 소심하고 고민 덩어리인 우유부단한 면이 가득하다. 계획되지 않은 새로움을 마주했을 때 얻는 희열에 미치도록 행복감을 느끼지만 보이지 않는 불안감 때문에 한참 동안 혼자 고민에 끙끙대고 씨름하다가 결론을 짓곤 한다. 그래서 나는 위험부담이 있는 것을 즐기는 동시에 굉장히 힘들어한다. 나는 계획적으로 살고 싶지 않다. 새로움을 계속 마주하면서 변화하는 삶을 즐기고 싶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리스크를 지고 내 한계에 도전하고 변화하고 싶었다.



생각에만 그치고 싶지 않았다.


흔히 스타트업, 특히 플랫폼 사업을 두고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나도 저거 생각했던 아이디어인데…

흔해 빠졌고, 간단한 아이디어를 하는 사업들은 넘치고 넘쳤다. 배달의 민족이나 당근마켓, 직방, 틴더와 같은 서비스도 사실 굉장히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에서부터 출발하였다. 누구나 생각했을 아이디어였고 심지어 당근마켓은 애플리케이션이 대중화되기 이전에 ‘중고나라’라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사람들이 친숙하게 이용하던 모델이었다. ‘배달의 민족’ 같은 경우 배달을 논하지 않고 어떻게 한국 음식문화를 논할 수 있겠는가? 전단지가 냉장고에 가득 붙여져 있던 시대에 누군들 생각해보지 않았겠는가. 필자는 이 이슈에 있어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를 실행하느냐, 해보지 않느냐로 나눌 수 있다. 누구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만 있는 아이디어를 머리 밖으로 끄집어내어 구체화해 보고, 형상화해 보고, 만들어보고, 직접 사람들을 만나 조사해 보는 일은 천지차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한 말을 수정해야겠다. 한 끗 차이가 아니라 천지차이이다. 실제로 해보지 않았던 사람은 절대 쉽게 평가하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필자 또한 아이디어만 가득했지, 실제로 일을 벌여보지 못했다. 그래서 실행해보고 싶었다. 무모한 도전을.



성인용품 시장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Courtesy of Babeland


콘돔 즉, 성인용품은 우리나라에서 자연스러운 소비와 대화 주제가 되지 못한다. 사회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인식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런 문화가 자리 잡았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게 사회 인식이 이렇게 자리 잡은 데에는 오랜 시간 이전 유교문화부터 다양한 영향에 의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관할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 생활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나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성관계를 야동으로 배우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설득시키고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부분에서부터 만들어나간다면 한 줌의 모래만큼이더라도 보탬이 되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뿌듯하고 자부심이 들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하냐, 어차피 실패할 건데, 굳이?’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다. 필자도 안다. 실패할 거. 하지만 필자가 만들 긍정적 임팩트를 사람들이 알아주고 변화해 준다면 그것만큼 기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뜻을 전달하고 나니 친구가 흔쾌히 응해주었다. 친구가 없었다면 필자 또한 머릿속에만 가지고 있던 생각을 끄집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두려웠고, 창피했던 것은 사실이다. 정말 친구 하나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음에 너무나 고맙다고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렇게 우리는 콘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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