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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nnell Kelly Jan 11. 2023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나는 콘돔노점을 통해 성장했고 후회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패가 아니다.

독자는 실패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실패라는 것은 무엇인가?

필자는 성장하지 못했거나 후회하는 일에 대해 실패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단순히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실패라고 칭하고 싶지 않다. 필자에게는 의미 있는 과정은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 물론, 세상은 결과주의이고, 최종적인 아웃풋은 결과에 의해 판단되기 때문에 동기부여, 기쁨, 도약을 위해서라도 결과 또한 좋을수록 좋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포기를 하게 되는 상황에 쳐했더라도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또한 존중받아야 할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배운 점이 있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다.

나는 과연 이 프로젝트에서 실패를 한 걸까?



돌아오는 길도 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다를 이용하였는데 교통체증 상황이 점점 악화되었다. 8-9시 무렵에 사람들이 몰렸던 터라 야속하게 타다 비용만 더 붙어서 괜한 사람들까지 미워졌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위안 아닌 자기 위안으로 서로 신세를 한탄하며 상황을 합리화하려고 하였다. ‘위치가 별로였다’, ‘우리가 어떻게든 광대짓을 하면서 사람들 이목을 끌었어야 했다.’, ‘갑자기 행사장에 개최될지 예상을 못했다’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뭔가를 제대로 한 것도 없이 피곤에 젖어 잠에 빠져버렸다. 내일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긴 채 이 좌절감을 빨리 어떻게든 회피하고 싶었다.


첫날의 첫 시도가 그렇게 일단락되고 둘째 날 다시 우리가 선호했던 위치 플랜 A, B로 가보았지만 역시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을 해야 했다. 장소가 협소하지만 다시 시도를 해볼까, 다른 장소를 물색할까, 아니면 깔끔하게 정리할까. 자신감을 많이 읽은 탓일까. 우리는 다음 도전에 대해 굉장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고, 결국 여정을 빠르게 멈추기로 했다. 그나마 반품할 수 있는 물품들을 정리해서 손실금액을 최소화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나름 리스트 작성을 체계적으로 해둔 덕분에 반품할 수 있는 물품을 즉시 리스트업할 수 있었고 총 지출액 계산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렇게 며칠 만에 반품을 모두 완료하고 우리는 이렇게 프로젝트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현재 글을 쓰는 시점에서 그 순간을 다시 돌이켜보았을 때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있다. 사람들에 대한 반응과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나 자신을 향한 의심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 철회를 한 게 아닐까, 조금만 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며칠 더 시도해보았으면 어땠을까, 정 안 된다면 콘돔회사에 전화해서 이런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협업이나 협찬을 제시하는 패기라도 보였으면 안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들이 있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기회를 살릴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못한 점이 미련으로 남아있다. 손실을 막는 것도 중요한지만 도전에 가치를 두고 실행에 옮겼기 때문에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는 점에서도 큰 아쉬움이 남았다. 뭐, 이번에 손실을 좀 보면 어떤가? 그냥 그대로 도전해도 됐었을 텐데 말이다.



왜 안 됐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점이 부족해서 기대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까?

반품을 하고 나서 시간이 날 때면 우리가 정한 후보지를 산책하고는 했다. 그때는 유동인구와 여유공간, 주변의 술집과 숙박업을 중심적으로 봤다면 이번에는 전체적인 상권과 분위기, 사람들의 표정, 분위기, 그리고 우리와 같은 노점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살펴보았다. 


노점의 퀄리티

가장 와닿았던 점은 아무래도 필자가 했던 노점을 운영하고 계신 베테랑분들이었다. 그전에도 시장조사를 하면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했었지만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나서 더욱 체감할 수 있던 차이는 퀄리티 또는 확실한 니즈충족이었다. 길가에 붕어빵이나 어묵, 꼬치를 파는 노점, 포장마차를 시원찮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허름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니즈를 확실하게 충족할 준비가 되어있고, 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퀄리티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붕어빵을 제조할 기계, 가격표지판, 현금수거함 또는 계좌이체 간판, 주황천으로 공간분리 등 필수적인 구성이다.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붕어빵. 심플하면서도 핵심을 꿰뚫는 노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게 화려할 필요가 있을까? 인테리어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이 심플함이 절대 쉽거나 간단하는 말은 절대 아니다. 이런 구조와 퀄리티를 장사를 잠깐이지만 준비해보면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고, 반대로 우리가 준비한 노점의 퀄리티가 초등학교 소꿉놀이 수준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설득력과 서비스의 질이 높아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데 반해 캐노피에 상자를 매달아 놓은 인테리어 방식은 해놓지만 못한 그런 퀄리티였고, 소비자들은 이 퀄리티에 실망하고, 발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제품을 그들에게 보여줄 기회조차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From 웹사이트 '클리앙'


노점을 하는 장소

고객에게 어떻게 다가가냐는 요소도 중요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장소가 제일 큰 요인을 차지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노점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명동과 같은 길거리나 몇몇 곳에서는 일정하게 그곳을 지키고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다. 그만큼 장소에 대한 확보가 확실했다면 우리는 단기간이었기에 장소확보도 제대로 되지 못했고, 변수가 워낙 많은 시즌에 들어가려고 하다 보니 피치 못하게 원하는 장소를 사용할 수 없었다. 노점이라 어느 곳에 따질 수 없었던 점은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기에 슬펐다. 우리가 그만큼 더 부지런하지 않았어야 했나 싶다. 변수를 무마시킬 현명한 방법은 미리미리 예방하고, 준비하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한다. 


명동 번화가 입구


시행착오를 대하는 자세

첫날 우리는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위치가 좋지 않았고,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우리마저 결과에 냉담할 필요는 없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정리를 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보다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이번을 통해 깨달았다. 나는 내가 도전한 것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마음의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는 편이다. 절대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는데, 그 순간 나를 작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거나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적극적인 시도를 펼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이번을 통해서 나의 도전은 실패가 아니기에 작아지거나 소심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나는 나에게 여러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직접 해볼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며 나 자신이 뿌듯했다. 애초에 실패할 거라고 시도조차 하지 못한 나라면 나 자신에게 후회할 것 같았지만 지금의 나는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이러한 선택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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