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nnell Waldron Jan 13. 2023

[콘돔 프로젝트] 에필로그

글을 완성하기까지 약 3년이 걸렸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날짜가 2019년 11월이었는데 글을 작성하는 지금은 벌써 3년이 지난 23년 1월이다. 생각보다 글을 마무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바쁜 탓에 미루고 미루다 여유가 생긴 지금 필자의 불안한 마음을 글을 통해 정리하면서 함께 이 프로젝트의 기록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글을 통해 치유를 많이 받으면서 글의 매력을 물씬 느꼈고, 근래에는 글을 꾸준히 쓰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제는 작가라는 또 다른 꿈이 생겼다.
비록 프로젝트 기간은 짧았지만 필자의 인생에 있어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이기에 플로우를 정리하고, 복기하고 자료를 찾아보는데 무척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잘 쓰고 싶은 마음에 큰 결심을 하지 않으면 글을 써 내려가기가 힘들었다. ‘콘돔 프로젝트’ 이전에도 재미있는 도전을 계속 해왔었지만 무지에서부터 모든 것을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한 프로젝트로는 두 번째였고, 제품으로써 실제 시장에 던져져서 사람들의 반응을 얻는 프로젝트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필자에게 있어 큰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동안은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의 감정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글을 쓰려고 하니 여간 쉬운 게 아니었지만 무사히 글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피임기구가 자연스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의 어려운 점이라면 단연코 피임기구라는 성인용품이 주제라는 점이다. 여러 매체에서 성인용품의 노출을 극도로 꺼려하고, 일상생활에서조차 이를 주제로 대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북의 첫 번째 글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콘돔을 편의점 과자나 담배를 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구입할 수 있는가?


정말 독자는 콘돔을 자연스럽게 구입할 수 있는가?
이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전반에 녹아져 있는 사회적 인식이 불편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낙태법이 최근까지도 굉장히 시끄럽다. 19년도에 헌재의 ‘헌법 불합치 판정’이 내려졌지만 아직 온전히 낙태가 전면 합법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양한 이유로 여성들이 원치 않은 임신을 했겠지만 특히나 청소년 임신의 경우, 경솔한 판단 또는 학습의 부족, 사회적 분위기가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습의 부족’과 ‘사회적 분위기’에는 청소년기에 이루어지는 성생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부족한 성교육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청소년의 성생활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콘돔구매에 제재를 가하는 곳도 있고 법적으로 돌출형이나 약물주입형 등 특수제작 콘돔은 청소년이 구입을 할 수 없다. 필자는 청소년에게 이러한 제재를 가하는 것 자체가 분위기 조장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질 수 있는 행동을 한다면 그에 따른 제재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전달하는 것에는 충분한 성교육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그 시작에는 우리가 먼저 청소년 성생활에 대한 편견과 인식으로부터 탈피하고 충분히 대화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콘돔 프로젝트를 작성하면서 티스토리, 브런치로부터 도합 3번의 이용제한정지를 먹었다. 사유는 선정적인 부적절한 콘텐츠가 담긴 게시글이 개재되었고 이는 청소년보호정책에 어긋나기 때문에 규제되었다는 것이다. 이해가 힘든 규제는 아니나 청소년보호정책의 규제기준은 결국 어떤 정황인지 목적이 무엇인지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성인용품, 성기형태의 콘텐츠, 콘돔사진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재했다는 것이 답답할 노릇이다. 청소년은 그런 매체에 노출되면 안 되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나야 하는 것인가? 그들도 배우고 그들만의 성가치관을 확립해 나가야 할 청소년이자 성인이 되기 전의 “청소년”이다.
제재로 인해 글을 삭제당하거나 이용제한을 먹었을 때는 글 써야 하는 의욕이 뚝 떨어져서 그만둘까도 고민했지만 이 프로젝트의 시작했을 때의 동기와 필자가 뜻한 바를 전달하고 자는 목적의식이 분명했기에 다행히 글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제 편의점에서 콘돔을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내면 깊숙이에서 오는 그 어떠한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피임기구와 성에 관한 주제를 이야기를 조금 더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독자분들에게도 콘돔이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가 되었으면 한다.


아이디어, 실행, 실패를 대하는 자세

노점장사였지만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초기에 예상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요소를 자세하게 고려해야 했고, 소비자의 입장일 때와는 다르게 판매자의 입장에 서서 바라봐야 했기 때문이다.  제품구매부터 형태, 배치, 마케팅 등 다양한 부분을 체크하고 소비자가 나의 의도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소한 작은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수정하였다. 물론, 소비자는 절대 세심하게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큰 공부가 되었다. 실제로 서비스가 특히 웹, 앱 같은 경우 출시되고 나서 10초 이내에 판가름 난다고 할 정도로 소비자는 본인의 명확한 니즈, 디자인, 순간적인 설득력이 있지 않으면 바로 등을 돌린다. 그만큼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크게 배울 수 있었다. 아무리 우리가 공을 들여 제품의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서 개발하지만 소비자는 의도를 파악해주지 못한다는 게 매우 일반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 과정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다. 세세한 개발과정이 밑받침될수록 설득력은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콘돔 프로젝트 같은 경우, 제품 커스터마이징, 물품 공간배치, 패키징 등 상세한 부분에서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크게 반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제품의 퀄리티, 안정성, 공간 인테리어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우리의 의도가 더욱 반영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과정과 입장은 필자가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과정이었고 덕분에 제품개발에 있어 훨씬 설득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힘과 창의력이 생겼다.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에 대한 차이에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시장을 직접 형성해 나아가야 한다거나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 마케팅 등이 온전히 우리의 몫이었다. 소비자의 니즈마저 우리가 설득해야 했던 점은 굉장히 힘들었다. 반대로 시장조사를 하는 동안 붕어빵장사나 요깃거리장사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하면서 레드오션에 대해서도 깨우치게 되었다. 노점의 대부분은 차별점이 크게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고객의 식욕니즈를 확실히 채워주는 노점은 꾸준한 손님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피임기구시장을 주름잡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재밌는 시간이었던 것에 만족하고 있다.


실패를 대하기란 항상 쉽지 않다. 오뚝이처럼 일어나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면 다시 넘어졌을 때 오는 실망과 좌절은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아픔이다. 콘돔 프로젝트 또한 쉽지 않았고 이를 견디지 못하고 빠르게 정리하게 되었지만 실패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침착하게 대하고, 현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모색하며 이는 실패가 아닌 좋은 가르침의 기회였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독자분들에게 콘돔이 보편적인 주제가 되었으면 한다라는 점이 크지만 또 한 편으로는 필자에게 주는 메세지이기도 하다. 때로는 무모하고 겁 없이 도전하는 용기가 무식한 게 아닌 대단한 것이라고 전달해주고 싶었다. 꿈이나 인생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벌벌 떨면서 주저앉아 있기보다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혀보면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도전으로부터 오는 기회에 짜릿함을 느끼고 더 많은 성장을 얻는 사람이라는 것에 믿어 의심치 않기에 당신을 믿고 뛰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이전 09화 나는 더 이상 콘돔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