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you get here won't you get there
십수 년 전에 마샬 골드스미스의 리더십 강연에 참석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말은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이다. 이 말은 마샬 골드스미스의 베스트셀러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성공에 현혹되어 일을 그르치는 리더들의 모습에 대한 관찰이며 나쁜 습관을 버리고 발전적인 리더십으로 성장을 도와주는 성장서이다.
사회생활 중에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기운 나게 하는 이야기들은 '어려웠을 텐데 좋은 성과를 냈다', '불가능해 보였는데 해냈구나 대단하다', '부족하고 어려운 환경에도 일을 잘 마쳤다'였었다. 인정과 칭찬을 좋아하지만 특히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취했다는 '드라마'같은 평가에 더 마음에 갔었던 것 같다. 어려움, 부족함, 희소함 속에서도 일을 잘 마쳤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드라마 주인공이 받는 찬사 같은 것이다. 현실에서는 별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회사를 옮기고 얼마 후 도발적인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앞선 관리자 세 명이 중도에 그만두었고 추가로 몇 명이 못하겠다고 포기하려는 시점이었다. 회사를 옮긴 마당에 성과를 보여줘야 했던 내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일이라 심적인 부담이 컸지만 괜한 도전정신과 돌이켜보면 불가능에 도전한다는 공명심에 빠져 고생길로 들어선 것 같다. 천운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였고 시장에 론칭도 했지만 상처도 깊이 남았다. 무엇보다 같이 동고동락을 했던 프로젝트 구성원에게 안 좋은 평가가 내려지고 팀이 해체되기도 하였다.
'어려웠을 텐데 좋은 성과를 냈다', '불가능해 보였는데 해냈구나 대단하다', '부족하고 어려운 환경에도 일을 잘 마쳤다' 이런 말들은 공명심을 자극하는 말이지 좋은 리더가 자주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이다. 훌륭한 리더는 일 시작 전에 부족함을 해소해서 불확실성이 없애는 리더이다. '앞으로'만 외치는 리더를 누가 따르겠는가? 팀원들은 다 안다. 공명심에 그런다는 것을.
요즘 귀에 들어오는 단어는 게으른 리더이다. 게으르고 똑똑한 리더는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들은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들은 타고난 지능과 직관을 바탕으로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반복적인 업무나 불필요한 일은 과감히 줄인다. 대신, 팀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각자가 맡은 일을 최선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런 리더는 팀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게으르고 똑똑한 리더는 결코 일을 회피하거나 방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순간에만 개입하고, 팀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들은 "일을 적게 하면서 더 큰 성과를 얻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들의 리더십은 단순히 강력한 결단력이나 실행력이 아닌, 스마트한 선택과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결국, 이러한 리더는 일의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며, 팀 전체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둔다.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마법의 단어는 게으른 리더이고 싶다.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지 않은데 조화롭게 일을 마치는 그런 리더. 물살이 센 곳에 있으면 뛰어오르는 연어를 기다릴줄 아는 리더라는 말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