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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스 Feb 04. 2021

+1, -1 당신의 선택은?

떡국도 예쁠 수 있다, 정성가득 떡국 레시피

"엄마는 몇 살로 돌아가고 싶어?"

묻는다. 정말 지현이다운 질문이다. 답을 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굳이 꼽고 꼽아 내인생 가장 즐거웠다 추억하는 고2를 꺼내어 본다. 묻고 또 물어도 낭랑십팔세였던 18살로 돌아가고 싶다고 아이에게 털어놓는다.


"음... 18살로 돌아가려면 몇 알을 먹어야 되는 거지?"

무엇을. 무엇을 몇 알 먹는다는 건가. 내가 모르는 어지는 신약이라도 나왔단 말인가. 지현이가 형에게 달려가 말하는 것을 듣다보니 나는 또 웃음이 난다. 앞뒤 재지 않고 늘 솔직한 나의 두번째 아이는 엉뚱함이 매력이다.


아이의 이론(?)은 떡국을 먹는 만큼 나이를 먹는 것이라서, 엄마가 18세로 돌아가려면 떡국 몇 알을 덜 먹어야 가능한지를 계산하겠단다. 아서라....내가 지금껏 살며 먹은 떡국으로만 따져도, 이미 천수를 누렸겠구나.




우리 가족들은 떡국을 무척 좋아한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주말 점심 한 끼니 정도의 떡국은 반겨주는 편이라 어떤 때는 한 달을 주말마다 떡국을 끓였다. 그래서 우리집 냉동실에는 늘 떡국이 대기 중이다. 가끔은 엄마나 시어머니가 보내주신 떡국으로 냉동실 한 칸이 가득 찰 때도 있다.


그런데 나는 자라면서 떡국을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엄마가 만들어 준 감자수제비나 수제만둣국이 그리울 때는 있는데, 유년의 떡국이라? 암만해도 떠오르질 않는다. 그저 내 기억 속의 '첫떡국'은 나보다 먼저 결혼한 내 동생이 끓여준 것이다.


이제 15년쯤 됐겠지. 동생이 막 결혼을 하고 방이 2개 있는 아파트로 신혼살림을 났다. 좀 낡긴 했지만 페인트칠로 단장하고 나름 감각있게 꾸몄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눈치가 없었으려나. 주1회는 동생네 집에 갔다. 제부는 싫은 내색도 없이 나를 반겨주었고, 그곳은 사랑방처럼 늘 사람들이 북적였다.


어느 해인지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동생부부의 집에 모여 영화도 보고 고! 스톱!을 외치다가 돌아가기엔 밤이 늦다는 핑계로 여럿이 밤을 지새웠다. 참 젋었다 싶다. 눈치는 없었지만 날밤을 견딜 체력이 있었으니.


다음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다들 한 자리 씩 차지하고 자고 있었다. 아침잠이 많은 동생이었지만, 손님들 아침은 먹여보내야한다는 생각에 팔을 걷어부치고 주방에 섰다. 물을 한 솥 올리는 모양새를 보고 라면이라도 끓이겠거니 지켜보았다. 기대와 달리 불린 떡국을 연하게 우려낸 멸치육수에 넣고 끓인다음, 파 송송 계란 탁으로 마무리 짓고 한 그릇씩 담아내더라.


나는 떡의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 씹어도 씹어도 넘어가지 않은 것 같은 떡의 쫀득함. 그래서 떡볶이를 만들면 어묵만 집어 먹는다. 이렇다보니 아침이 떡국인 것이 그리 반가울리 없었다. 하지만 아침잠도 포기한 동생이 끓인 떡국을 마다할 수는 없으니 한 술 뜨는 걸로.


왠걸. 떡국이 이럴 일인가. 옆에서 끓이는 과정을 쭈욱 지켜보았지만, 조미료를 넣는다거나 특별한 비법은 없었던 것 같은데도 먹기 딱 좋은 말랑한 떡과 멸치 육수의 간이 너무나 조화로웠다. 결국 떡의 식감을 싫어하던 나는 그날 인생떡국 한 그릇을 비우고 말았다.


이후로 나는 동생네 집에 갈 때마다 떡국을 끓여달라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 살림을 장만하고 나서도 동생의 레시피로 끓인 떡국은 우리집 단골메뉴가 되었다.




설이 다가온다. 갑자기 15년 전부터 수도 없이 먹었던 떡국의 그릇수를 어림잡아 본다. 내가 떡국을 처음 먹은 것이 29이니...그래도 안 되는구나;;;^^ 이렇게라도 해서 18살에 한 살이라도 가까워지고 싶다는 건지. 오버다. 이것이 오버라면 내가 먹은 떡국의 갯수는 헤아릴 수 없겠지.


떡국의 갯수를 알 길이 없으니 꿈 많았던 18세로 돌아가는 일은 영영 불가능해 보인다. 대신 나의 귀여운 아이들이 '첨세병'이라 불리는 떡국을 먹고, 한 살 더 먹게 되는 꿈은 이루어 주고 싶다.  


당신은 올해 떡국을 드실건가요? 참 쓸데없는 질문이다.

나는 떡국이나 끓이러 이만.



Bonus. 곱디 고운 오색떡국으로 끓이는 떡국 레시피


1. 떡은 찬물에 불려서, 소금 넣어 팔팔 끓인 물에 떡을 넣고 말랑하게 데쳐 건진다.

2. 물을 넉넉히 붓고 손질한 멸치로 육수를 내고, 데친 떡을 넣어 끓이다가, 국간장 또는 액젓으로 간한다.

3. 계란지단, 볶은소고기, 김가루, 깨소금 등을 고명으로 올려 먹는다. 참기름을 살짝 뿌리면 더욱 고소하다.

+다진 소고기는 간장, 설탕, 맛술, 다진마늘로만 간하여 볶아 고명으로 올리자.

+계란은 휘휘 풀어 넣어도 맛있다.

+소금물을 끓여 떡을 데치면, 떡에 간도 베이고 떡이 말랑해져서 육수에 떡을 넣고 끓일 때 떡이 풀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멸치육수도 깔끔하지만, 사골육수에 만두를 넣어 끓이면 구수하고 영양가 있는 떡국을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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