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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May 06. 2021

큰엄마에게 쓴 카네이션

눈물이 찔끔

오늘은 시조카들 공부하러 오는 날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집에 들러서 숙제 검사를 받고, 일주일치 숙제를 내주는 식으로 아이들의 수학을 봐주고 있습니다.

함께 공부를 해보니, 두 녀석 모두 꽤나 똘똘합니다.

성실의 아이콘인 둘째 녀석은 사춘기가 왔는지 종종 숙제를 안 해오더라고요. 

그래서 숙제를 안 해오면 함께 공부할 수 없으니 오지 말라고 했었어요.

무서웠는지 저에게는 아무 말 못 하고 있다가 집에 가서 할머니한테 큰엄마한테 얘기 좀 잘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더라고요.

결국 할머니 찬스로 한 번의 기회를 더 얻게 되었고, 지금까지는 잘해오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유명한 그 말썽꾸러기 녀석은 의외로 너무너무 잘하고 있어요.

한 번도 숙제를 안 해온 적도 없고, 숙제가 많더라도 100% 해오고는 

"큰엄마, 숙제가 너무 많아서 많이 힘들었어요. 숙제 조금만 줄여주세요."라고 합니다. 

아주 기특하고 대견해요. 

그래서 여러 사람 앞에서 막내 녀석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았더니 아이의 태도가 말도 못 하게 좋아졌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큰엄마는 나를 제일 이뻐하셔"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담임선생님과 상담 시에도 칭찬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몇 달째 함께 지지고 볶으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원래 오늘 함께 공부하는 날인데, 우리 큰딸 병원 검사가 있는 걸 깜빡하고 일정 조정을 못했더라고요.

어제저녁 급하게 금요일로 일정 변경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오늘 낮에 잠깐 들러도 되냐고 전화를 했더라고요. 그래서 오라고 했더니... 이걸 들고 왔네요.

아마도 학교에서 만든 카네이션인 것 같아요.

두 녀석이 이걸 들고 와서는 환하게 웃으면서 "어버이날 축하드립니다. 사랑해요. 큰엄마" 하는데 갑자기

콧등이 시큰하더라고요.


우리 딸들이 중. 고등학생이 되면서 이런 카네이션을 받아본 기억이 오래되기도 했고,

저는 이런 낯간지러운 걸 받는 게 너무 어색하기만 해서 아이들이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줄 때도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옆에 밀어놓았던 것 같아요.

오늘 조카 녀석들이 저에게 준 이 향기 없는 납작한 카네이션이 제가 지금까지 받아본 어버이날 선물 중 가장

의미 있는 선물이 되었네요.

무뚝뚝한 큰엄마의 마음을 살랑이게 만든 요 녀석들의 진심이 너무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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