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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Jul 27. 2022

그때는 왜 몰랐을까

며칠 전 동생이 휴대폰을 정리하면서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을 보내줬다.


지금의 얼굴이 어느 정도는 남아있는 익살스러운 표정에 웃음이 비집고 나온다.


태생이 부지런하지 못한 내가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항상 잠이 부족했고,


그로 인해 짜증이 많아졌고,


짜증스러운 감정과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도 비례했다.


지나고 보니 이렇게 키우기 쉬운 아이들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일을 스스로 알아서 잘했고


엄마의 손을 많이 타지 않은 아이들이었는데도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기만 했는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나간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시간들...


물론, 지금도 엄마를 웃게 하는 게 삶의 목표인 양


경쟁스럽게 엄마를 웃게 하는 두 딸들로 인해


"아~ 진짜 잔잔하게 행복하다"


는 생각을 시시때때로 하게 되는 감사한 딸들.


이렇게 이쁠 때가 있었나?


아이스크림에 얼굴이 얼룩말이 되어도 예쁜 둘째.


이때도 누군가를 웃기기 위해 익살을 떨었을 첫째.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직장을 다니면서는 우울감은 덜했지만,


죄책감은 말도 못 하게 커져갔다.


걷지도 못하는 돌쟁이 둘째를 담요채로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큰애는 유치원으로 보낸 후


나는 출근을 했고, 매일이 지각이었다.


회사에, 어린이집에, 유치원에, 시댁에, 친정에


항상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었다.



그때는 몰랐다.


힘들기만 했고,


우울했고,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게 되었고,


발전 없이 후퇴하는 내가 불안했다.



이렇게 맑게 이쁜 줄도 모르고 흘러버린 시간이 지금에서야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고등학생, 중학생이라 어릴 때만큼의 귀여움은 없지만


지금 나이에 맞게 또 이쁜 짓을 그렇게 한다.


사랑을 받으려고 태어난 녀석들이고


그만큼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을 충만히 받고 산다.


내가 키운 아이들이 아니라,


스스로 예쁘게 큰 이 아이들이 얼마나 기특한지.



지금 찍어놓은 사진들을 몇 년 후에 보면서


아~ 이런 때도 있었구나... 하겠지.


아이들은 예쁘지 않은 때가 없다.


얼굴을 구기고 울 때조차 예쁜 게 내 새낀데


왜 그걸 모르고 살았을까.


이제는 그때보다는 많은 게 보인다.


이래도 저래도 사랑스러운 새끼들의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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