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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Sep 18. 2023

혼자 덕질은 외롭지만 편해

뭐든 장단이 있는 거겠지요 


  덕질을 참 다방면으로 오래도록 해 왔지만, 그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왔다. 어릴 때야 대부분 누군가의 팬이니까(만나면 HOT 팬인지 god 팬인지로 서로를 소개하던 시대) 친구와 덕질 얘기를 많이 나누곤 했지만, 그 이후로 덕질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주변 지인과 공유하지는 않는 취미 정도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딱히 덕질을 하는 과정에서 친구(일명 덕질메이트, 덕메)를 새로 사귀지도 않았다. 덕질에서 교류하는 건 어디까지나 온라인상으로 멘션(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 주고받기 정도만 했고, 개인적으로 친해져서 오프라인에서 만난다거나 한 적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혼덕질(혼자 덕질)'을 하는 것에는 큰 단점이 있다. 바로 외롭다는 것! 덕질을 하다 보면 누구나 뻐렁치는(?) 경험을 할 것이다. 내 아이돌이/배우가 너무 멋져서 가슴이 벅차오를 때도 있고, 내 드라마의 오늘 방영내용이 너무 완벽해서 이 감동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혼자 덕질하는 사람은 그 감정을 혼자 삭혀야(?) 한다. 물론 각종 커뮤니티나 SNS에서 내 이 엄청난 감정을 털어놓을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내 덕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덕메와 수다를 떨며 감동을 나누는 것만 못하다. 


사진: UnsplashLevi Guzman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덕메를 만들지 않고 덕질을 혼자 하느냐? 하면 여러 가지 이유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워낙 친구를 만들지 못하는 내 소심한 성격도 역할을 하겠으나.. 그보다는 내 덕질에 확고한 방식이 있고 그 방식을 벗어나면 같이 즐겁게 덕질을 할 수 없는 의외의 단호함이 있어서인 듯하다. 나는 덕질 대상에게 빠지는 포인트나 실망하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점에 대한 생각이 나와 다를 경우 같은 대상을 덕질하더라도 말을 편하게 하기가 어렵다. 극단적인 예로 나는 내 아이돌이 연애하는 게 괜찮은데, 내 덕메는 연애하는 것에 상처 입고 덕질대상에게 실망했다고 할 수 있다(어디까지나 예시일 뿐). 그럴 경우 나는 정말 괜찮기 때문에, 상처받은 덕메에게 공감을 잘해줄 수가 없다. 하지만 '친구'로서의 나는 친구의 슬픔에 공감을 잘해줘야 한다. 여기에서 갈등이 생기기 때문에, '덕질메이트'를 만드는 것이 나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덕질 계정을 운영하면서 그때그때 편하게 팔로우와 언팔로우를 할 수 있는 사이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여러모로 마음 편하다. 


  덕질하는 과정에서 '덕메(덕질메이트)'를 잘 못 만들 뿐이지, 나도 덕질을 친구와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이상하게도 이미 친구인 사람과 같이 덕질하면서 의견이 안 맞는 건 대수롭지가 않기 때문이다(신뢰관계를 이미 구축한 사이라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친해서 이미 편한데 가장 열정적인 취미생활까지 같다? 이것만큼 생활이 즐거운 게 없다. 그래서 나는 한번 덕질을 시작하면 일단 주변에 영업을 시도하는 편이다. 이 좋은 거(?)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는 마음도 있지만, 사실은 같이 덕질을 즐기기 위한 이기적인 마음에서 시작한 게 대부분이다ㅎ 10번 영업하면 1번 정도는 통할 때도 있어서, 친구나 혈육과 같은 아이돌을 좋아해 본 적도 있었고 그때가 내가 제일 재미있게 덕질했던 시기였다ㅎㅎ


  혼자 덕질한다고 늘 외롭게 홀로 있는 것만은 아니다. 같이 덕질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굳이 친하지 않아도 희미한 연대의식 같은 것이 존재해서, 은근 훈훈한 경험을 많이 했더랬다. 콘서트나 팬미팅에 갔을 때 옆자리에 앉은 분에게 단순히 옆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간식을 받아본 적도 있고, 포토카드 같은 굿즈를 받아본 적도 있다. 옆사람도 혼자 왔을 경우 너무 굉장한 장면을 봤을 때는 자연스럽게 같이 맞장구치며 떠들기도 한다ㅎ(방금 ㅇㅇ 보셨어요? 대박!) 

  덕질을 위해 만든 SNS 계정(주로 트위터)에서도 완전히 혼자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덕질 방식이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을 부지런히 팔로우하고, 공감하는 글은 리트윗하거나 좋아요를 누른다. 그러다 보면 나를 팔로우하는 사람도 생기게 되고, 내 글에 공감을 표시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가끔은 멘션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렇게 내 혼덕질 생태계는 느슨한 연대감으로 꾸준히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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