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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Mar 05. 2024

아직 가능성이란 게 있는 걸까

문득 다른 사람의 입에서 가능성을 들었을 때


1. 

여전히 긴 글이 써지지 않는다. 삶이 무료하고 따분하니 그 삶을 투영해 내는 글조차 지극히 재미 없어진다. 하지만 쓰고 싶은 마음만은 여전히 그득하다. 


2. 

또다시 손끝이 물어뜯어 엉망이 되었다. 다음 주에 있을 행사를 앞두고 긴장해서 그런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몸이라니. 어쨌든 얼른 다음주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불확정성인데, 다음 주 행사 일정이 픽스가 안 되니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이번주 내내 이 기분을 느끼며 기다려야 한다. 어쨌든 금요일이 되면 일정은 정해질 테니 좀 나아지겠지.


3. 

글을 쓰다 보니 어쩌면 오래간만에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글이 써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더욱 최악인데! 일이 내 사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만큼은 정말 싫다. 당장 스트레스 상황이 끝나지 않는 상태인 내일 소설 강의 들으러 가야 하는데, 거기 가서도 글이 안 써지면 어떻게 하지? 벌써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힌다. 



사진: UnsplashChang Ye


4.  

  지난주 일본어 회화 학원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는 선택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당연히 '돌아간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선생님이 이유를 물어보길래 '그때는 아직 가능성이 있었으니까요'라고 대답했다(일본어로 답해야 해서 답변이 좀 투박해질 수밖에 없었음). 그랬더니 강의실에서 제일 어린 (것으로 추정되는) 수강생이 갑자기 큰 목소리로 '지금도 가능성이 있어요!(이마모 가노우세이 아리마스요!)'라고 외쳐주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아리가또고자이마스' 하고 웃으며 넘어갔지만, 사실 깊은 감동을 받았다.  

  요즘 들어 자꾸만 내 나이가 많아서 이제 아무것도 새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어디 가서 '언니/누나'보다는 '이모'라고 불리는 게 더 익숙해져서 그런지, 30대도 이제 끝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이대로 접어들어서 그런지.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내가 요즘 좀 우울해서 그런 건지. 여하간 지금의 나는 뭔가 엄청난 것을 하기엔 그야말로 '가능성'? '잠재력'?이 이미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입에서 '그게 아니다, 지금도 가능성이 있다!'라고 확신에 가득 찬 의견을 들으니 갑자기 새삼스럽게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면서, '그래, 지금도 사실 할 수 있잖아?'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감명받아서 무엇을 바로 새로 시작했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지만은.. 어쨌든 꽤나 (좋은 쪽으로) 충격을 받았기에 기록해 둔다. 맞아.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5. 

어쩌면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면 일을 꽤 열정적으로 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신입 때는 제법 열심히 일하기도 했고. '커리어'라는 것을 쌓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을 평행세계의 '나'야, 잘 지내니. 과로로 인한 번아웃이 오지만 않았다면 네가 나보단 나은 환경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6. 

소설 관련해서 크게 두 번의 강의를 들었는데, 첫 번째 강의는 비대면이었지만 너무 좋았고 두 번째 강의는 대면이었는데도 별로였다. 내가 생각보다 선생님과 다른 수강생에 영향을 많이 받는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일 세 번째 강의를 들으러 가는데(이번에도 대면),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한두 번 들어보고 별로면 그냥 수강 취소할지도(그만큼 두 번째 강의가 별로여서 타격이 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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