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 알지만, 네 하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해 봅니다.


과거를 더 많이 생각하며 사는 유형의 사람이 있고, 미래를 더 많이 생각하며 사는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전자다. 항상 과거의 사건들을 곱씹고, 과거의 내 행동과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되뇐다. 그런 나에게 미래의 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퇴사와 홀로서기를 선택한 이상, 이제 미래의 나는 내가 상상해 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내가 하면 즐거울 일, 하고 싶은 일을 제약 없이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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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하고 싶은 일은 글쓰기였다. 나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싶었고, 잘 쓰고 싶었고, 무엇보다 글 쓰는 일이 즐거웠다. 그러니 퇴사 이후의 생활에서 글쓰기를 가장 메인으로 삼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로 퇴사 후 지난 3개월간 내가 가장 열심히 한 것은 쓰는 것이었다. 브런치에 쓰고, 인스타그램에 쓰고, 혼자 한글파일로 쓰고. 여전히 나는 쓰는 것이 좋다. 부디 이 마음이 오랜 기간 꺼지지 않고 유지되길 바랄 뿐이다.


두 번째 하고 싶은 일은 출판(책 내기)이었다. 내 글을 책의 형태로 만들어 세상에 널리 보여드리는 일. 내향적 관종인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일이 아닐까? 작가 중에 내향적 관종이 많다는 이야기를 최근 위수정 작가님의 글에서 읽었는데 정말인 것 같다. 나 또한 글을 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쓴 글을 모두가 읽어줬으면 좋겠고 그에 대한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게도 퇴사 시점에 연락을 주신 출판사와 좋은 인연이 되어 출판 계약을 얼마 전 완료하였다. 이제 나만 잘 쓰면 된다.


세 번째로 하고 싶은 일은 디자인이었다. 엥 갑자기 무슨 디자인?이라는 생각을 하는 독자들도 많겠지만 나는 꽤 오래전부터 디자인에 욕심이 있었다. 생각보다 오랜 기간 돈을 내고 1:1 디자인 수업을 받을 만큼(그 기간 동안 수업을 들은 것치고는 끔찍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부끄럽지만). 나는 정말 센스가 없고 디자인 감각도 없는 편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디자인 요소를 거의 외워서 작업하는 편인데, 이렇게나 실력이 부족한데도 디자인 작업을 할 때면 솔직히 재밌다. 디자인에 있어서 내 목표는 대단한 건 아니고 간단한 카드뉴스 정도는 혼자 만들 수 있는 정도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나만의 공간을 운영해 보는 것이다. 앞의 세 가지는 준비과정 없이 내 몸만 있으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일인 반면, 이 일은 많은 준비와 자본의 투입이 필요하다. 그래서 먼 미래에 하고 싶은 것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서점이든 소품샵이든 아니면 북스테이 등 공간을 대여해 주는 곳이든, 뭔가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공간을 가져보는 것이 아주 오래전부터의 소원이었다. 물론 그 공간으로 먹고살 수 있는 돈까지 벌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여러모로 준비가 된다면 스리슬쩍 시작해보고 싶다.




여기까지가 내가 퇴사하고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이었다. 정말 사소하고도 어려운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일들을 하는 것은 어쩌면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이런 일들을 하면서 수입을 발생시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일들을 해서 먹고살고 싶다. 거기서부터 내 인생의 모든 문제가 시작되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어쨌든 여기에는 선언해두고 싶다. 나는 앞으로 이런 일들을 하면서 살아가 보겠다고. 그리고 꼭 이 일들을 해서 먹고살아 보겠다고 말이다. 이 글이 하나의 비전보드가 되어 몇 년 후의 내가 보았을 때 '말한 대로 이루어졌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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