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공기업을, 다음 계획 없이, 생퇴사
퇴사를 고민했던 몇 달 전의 나는 정말이지, 브런치에서 '퇴사' 키워드가 들어간 거의 모든 글을 찾아 읽었다. 내가 갈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 알고 싶었다. 될 수 있으면 나와 아주 비슷한 환경의 사람을 찾고 싶었기 때문에 '공기업 퇴사', '30대 후반 퇴사', '이직 없이 퇴사' 등등의 키워드로 검색해서 나오는 대부분의 글들을 정독했다.
'모든 퇴사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브런치다'라는 농담이 정말이었는지 브런치에는 퇴사한 사람들이 쓴 글이 참 많았다. 이름을 들으면 다 아는 대기업에 다니다 퇴사한 분들도 있었고,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사한 분들도 많았다.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퇴사를 감행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 Unsplash의Nick Fewings
그런데, 아무리 찾고 또 찾아봐도 30대 후반에, 공기업을, 다음 계획 없이(이직처 없이), 생퇴사한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다. 검색어를 이렇게 저렇게 바꿔가며 검색해 보아도 결과는 같았다. 특히 3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중요한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20대에 마치는 듯했다. 전직도 해보고 이직처 없이 퇴사도 해보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20대이거나 아니면 30대 초반이었지, 나처럼 30대 후반에 직업을 바꿔보겠다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퇴사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 얼마나 특이한 일이고 평균에서 벗어나는 일인지.
서른여덟이라는 나이가 얼마나 무겁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30대 초반만 되었더라도 제2의 삶을 맘 편히 꿈꿔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30대 후반은 나에게 뭔가 정돈되어 있고, 삶의 방향성을 정한 뒤 추진력을 올릴 때이지 않나 하는 잡념이 자꾸만 들었다. 서른여덟이 회사 밖으로 나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울한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내 내 한 몸의 월급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렇게 사회의 잉여인력이 되는 나를 상상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럼, 40대 초반, 40대 후반이 되면? 그때가 되면 회사에서 나가 뭘 할 수 있어?' 지금 퇴사해서 글 쓰는 삶을 시도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계속하며 사이드잡으로만 글쓰기를 계속한다면, 아마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면 나는 40대가 되고 회사에서도 승진해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겠지. 퇴사하지 않고 40대가 되면 나는 더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럴수록 손에 쥐고 있는 안정성을 더 놓기 어렵게 될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30대 후반보다 40대는 더 무겁게 느껴질 것이기도 했다. 30대 후반에 나이 때문에 고민했던 내가 40대가 되면 가볍게 인생의 새 도전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나이가 마음에 걸린다면 하루라도 빨리 퇴사하는 것이 맞았다.
그래서 나는 30대 후반, 이직처 없이 공기업을 퇴사한 사람이 되었다. 그 이후 글 써서 돈을 벌어보기 위해 다방면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당연스럽게도 아직 회사 다닐 때 월급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그리고 당분간 그러할 것이다). 여전히 나는 내가 다시는 안정적인 월 수입을 마련하지 못할까 봐 두렵고 무섭다. 퇴사를 고민할 때도 가장 나를 괴롭게 했던 것이 '다시는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정성을 놓고 삶의 변화를 추구하기로 했다. 꼭 하고 싶은 일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 일에 내 삶을 걸어보고 싶어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