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길을 오른다는 수순
다른 길을 택한다는 것, 그리고 '용기'에 대해
'다른'길은 애초에 없을 수도. 그냥 내 길이다.
20대, 원래 그런 거야~
----------------
1)
어제저녁에는, 내가 살고 있는 쉐어하우스에 한달살이 프로그램을 왔던 동생들의 공유회가 있었다.
1부에는 서울에 와 한달살이를 한 후기 공유,
2부에는 예전에 애들이 속한 사단법인에서 진행했던 'TMI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애들이 있던 사단법인은, 학교밖 청소년을 위한 기관이다.
처음 공지가 떴을 때 이 기관에 대해 검색했었는데, 청소년의 '나다움'을 지지한다는 모토가 마음에 들었었다.
보통 고등학교 때 자퇴 또는 진학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친구들이 모여 있는 기관이었다.
이번에 올라왔던 친구들은 총 4명, 21살 1명, 20살 세명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나는 작년 8월부터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서울에서 5년을 살았던 경험이 있기에 공유 공간을 같이 공유하면서, 애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첫 주, 그리고 두 번째 주에는 사실 애들의 해맑음이랄까? 20살의 맑음이 나를 조금 답답하게, 화나게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ㅎㅎ.. 애들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저 지금 나는 20대의 중반을 지나고 있고, 돈을 벌고 공부를 하고, 생활을 하면서 여러 생각과 고민을 하다 보니 20대가 느끼는 '무게'의 크기를 내 잣대만으로 20대 초반이 느끼는 '무게'와 비교했던 것 같다.
이는 나의 오만한 생각이었다.
애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고 보니, 각자의 삶의 배경, 무게와 책임, 고민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내가 했던 20대 초의 고민, 그리고 지금의 고민, 내가 했던 경험과 이야기.. 등을 공유하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애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중간중간 계속 울컥했다.
어제 메모를 했던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예전 저의 꿈은 학예사(curator)였습니다. 여기에 와서 이것과 관련해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사적자리에서 그냥 했던 이야기가 프로그램이 되었고, 실제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신기했습니다. '
'저는 TMI프로젝트에서 저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고, 이를 녹화해 영상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지금도 삶에 대한, 나에 대한 물음표가 많지만 앞으로도 물음표에 대한, 그 질문들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
TMI프로젝트는, 애들이 약간의 지원금을 받고 자신만의 프로젝트(사진, 책 발행, 전시회, 영상제작 등)를 기획해 실행하는 프로젝트였다.
1부에서는 대구, 제주, 창원에서 있던 애들이 서울의 국제교류쉐어하우스에 오게 된 계기, 과정, 그리고 후기를 들으며 나의 20대 초반과 애들과 함께 나눴던 이야기, 추억들이 생각나 울컥했고,
2부에서는 애들의 프로젝트를 들으며 나의 고등학생 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최근 했던 생각들이 떠올라 발표가 끝난 후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나는 중, 고등학교 때 봉사를 많이 했고, 중학교 때부터 계속 '사회적 기여, 보람'이 가장 진로 가치관의 1위에 있는 진로를 꿈꿨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나의 자립을 위해, 경제적인 책임을 더 생각하면서 '이타성'을 추구하는 것에 있어 회의감이 들었었다.
'내 통장에 3만 원, 또는 2만 원이 있는데 이 중 1만 원을 기부하는 게 맞을까?'
'나는 챙겨주고 싶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여러 행동을 한다. 근데 나는 누가 챙겨주지?'
특히 이 두 번째 질문에 많은 눈물이 났었다.
내 진로는, 내 꿈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도움'을 주는 것이었는데, 왜 나는 이게 가치관의 상위권일까. 그냥 전자공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갔던. 돈이 가장 최우선 가치였던 많은 동기들처럼 단순하게 나를 위해, 나만을 위해서만 사는 게 사실 옳은 것 아닐까. 그게 더 편한 거 아닐까.
나는 '왜'이럴까, 왜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을까,
내가 선한 가치를 추구한다고 누가 알아주기는 할까, 물론 나의 원동력, 행복이 되기에 계속 꿈꾸고 행동하는 거지만 내가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이를 추구하는 게 맞는 걸까
내가 자부심을 느꼈던 가치들이, 현실과 맞닿으며 회의감으로 바꿔가고 있었다.
2)
그리고, 애들의 고등학생의 나이 때 다른 도전을 했던 것들을 보면서
나는 물론 공부를 좋아해 했던 것이지만,
저 나이 때 저렇게 할 수도 있었구나.
나는 대학생 때, 대학교 2학년 때 휴학하고 나에게 질문을 던지며 여러 경험을 하며, 그때 처음으로 '공부'가 아닌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애들은 그걸 고등학생때 했던 거구나,
지금도 대학원에서 좋아하는 공부를 하며 사이드로 과외를 하고 있긴 하지만,
왜 중고등학생 때 내 주변은 '공부'만 강조했는지,
왜 나는 그렇게 치열하게 보내야 했는지,
조금 화가 났던 것 같다.
대학교에 와 ,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느꼈던 생각은
'배신감'이었다.
돌멩이가 나라면, 중고등학생 때 교육은 대학입학과 함께 돌멩이를 그냥 사회에 던져버리는 느낌이었다.
내 책임은 하나도 없는 듯이, '교과목 공부'는 알려줬으니 '교과목 공부' 외의 수많은 것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오롯이 혼자 탐구하고 나아가라는 듯이,
며칠 전 일기를 보면 이렇게 적혀있다.
"21살의 나는 방향을 모르겠어서, 내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계단이 다 무너진 것 같아서 매일을 울었던 것 같다.
26살의, 지금의 나는 너무 감사해서, 기뻐서 문득문득 벅차고 울컥하고 눈물이 난다.
잃었던 것 같은 고등학교 3년의 꿈이, 지금은 옆에 있고 이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행복하다. "
그렇다. 지금의 나는 분명히 20대 초반의 나보다 더욱 안정되어 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며 행복하다.
하지만 내 적성을 모르고, 그저 교과목 공부만 시켰던, 고등학교 때까지의 교육에 화가 났던 건 사실이다.
최근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여러 번 보고 있는데..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여러 교육이 존재하는구나를 알게 되면서 더 억울함? 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나는 이과였어서 '경제'과목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는데, 중고등학교 때, 초등학교 때부터 '경제'와 '철학'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3)
결국 어쩌겠는가,
지난 공고육에 대한 배신감과 이타성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도,
그저 오늘 할 수 있는 걸 한다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나만의 답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게 다른 사람에게도 꼭 전해져야 한다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용기를 내 나의 뜻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살 동생이 말한 것처럼,
세상의 무수한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을 던지는 수밖에 없다.
나의 답을 펼쳤을 때, 나에게 공감하는 사람들은 모이고 아닌 사람들은 지나가겠지.
예전에는 그저 ' '창업'을 하고 싶다, '창업'과 '언론'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내 입장에서는 주인공같이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창업'이 가까워졌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부딪히다 보니 내가 말하는 '답'이, 내가 정말 그 사람들을 위해 고민하고, 고심하고, 내놓았던 계획안이 다른 사람이 보기엔 아쉽다는 말을 들을 때 속상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고,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하우스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이게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인으로 자랐지만, 독일이 조금은 딱딱한 나라라고 생각해 현재는 IT관련 디자이너로 원격, 재택근무를 하며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는 나와 같은 나이의 독일인 친구.
(이 친구에게 나중 살고 싶은 나라를 물어봤을 때, 에스토니아와 이탈리라고 했던 것 같다. )
캐나다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학교보다는 밖이 좋았던 친구. (나는 학교가 싫었다고 많이 말해주기도 했다 ㅋㅋㅋ) 16-18살의 나이 때부터 지금의 30 후반까지 10개 이상의 직업을 거쳤고, 지금은 디자이너로 원격근무를 하며 여러 나라를 거쳤다고 말하는 친구.
(나는 항상 주변에서 뭐 할래?라는 질문이 들어오면, 'YES!'라고 했다고 말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긍정적이고, 재치 있고, 친화력이 좋으며 배울 점이 정말 많은 것 같은 친구. )
브라질로 9살 때 이민을 가 한국인 부모님과, 한국인으로 여러 해를 보낸 친구. 여러 고민과 생각, 경험을 했던 친구.
이번에 만난 학교밖 청소년 친구들까지.. 여러 이유로, 여러 사정과 배경, 상황과 생각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
이 친구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리고 어제는 우리 하우스의 매니저님과 이타성, 그리고 최근 했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경직되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졌다.
그리고 '나만 하는 고민이 아니라는 것'
'내가 끌린다면 끌리는 것이고, 내가 행복하다면 행복한 것이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나를 믿고 내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것에 더 집중을 하자.
옳은 선택이 아니라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것만이 존재한다.
최근 대학원 외 공부, 사이드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가 '삽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자주 하고 다녔던, 그리고 실제 느꼈던 말처럼
'connecting the dots.' 모든 일은 이어진다.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 경험이고, 누적될 것이다.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했듯이. 그리고 21살의 나는 26살의 행복한 나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듯이. 과정 속에 있는 그때는 모를 것이다.
성급해지지 말자. 비교하지 말고, 나만의 답, 나를 위한 일을 하자. 내가 행복한 , 좋아하는 일을 하자. 항상 내가 우선이라는 걸 명심하자.
오르막길은 원래 힘든 거야, 계속 부딪히자.
"concentrate now.
love your 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