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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Jun 24. 2024

친구가 인생 전부인 줄 알았다

 꼭 친구가 있어야 하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만감이 교차했다. 항상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가 이런 질문한다는 사실은 꽤 놀라게 했다하지만, 함께 있을 때 즐거워하는 표정 속에,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녀석의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은 어린 시절을 방불케 했다.


 유독 학창 시절에는, '학교'라는 세계가 이 세상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친구들과 무조건 잘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자만,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이 두려웠다. 특유의 학교 문화는 이를 더 심화시켰다. 혼자서 노는 걸 좋아하는 학생을 두고, 많은 이들은 '찌질이'라고 했다. 


학교에 오래 머물수록 점점 취향이랄 게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취미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게 제일 우선이었다. 타인에게 모두 내 취향을 맞추고 있었다.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한다'라는 문화가 꽤 사라진 거 같았다. 물론, 대놓고 모든 행사에 빠진 사람을 보고,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눈초리를 보낸 건 사실이었지만.


느슨했졌던 생각에 박차를 가해준 건 '혼밥', '1인 가구'라는 단어였다. 이런 단어의 등장의 이유를 두고, 언론은 '불필요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회의감' 때문이라고 했다. 학창 시절에는 말이 유행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살짝 생겼다. 하지만, 동시에 학창 시절에 이런 말이 등장했더라도, 모든 밥시간과 쉬는 시간, 수업 시간이 동일했던 초중고 학생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이런 단어들은 내게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여태 모든 기준이 타인에게 맞추어져 있던 날들을 돌아보게 해 주었다. 그리고, 중요한 걸 깨닫게 해 주었다. '참 건강하지 않았구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제는 혼자서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나서야 진짜 내 취미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혼자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해봤다. 약간의 쓸쓸함은 있었지만, 이상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좋은 넘어 짜릿함이 되었다. 특히 진짜 내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라는 게 찐 매력으로 다가왔다.




 적어도 우리 반 학생은 친구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 걸 알면 좋겠다.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고민하다, 혼자 있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으며 그 또한 살아가는 한 형태일 수 있다고 이야기 해준다.


 혼자 있고 싶어 한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된다고 말해 준다. 그러다 문득 같이 있고 싶어 진다면, 함께 해도 된다고 말해 준다. 친구가 없어 힘들다며 다가 온 친구에게는, 친구 사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지만, 굳이 힘들어하지 않는 친구에게는 큰 간섭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와, 친구와 함께 때의 장단점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한다. 제일 중요한 건, 혼자 있건 여럿이 있건,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자아를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우린 누구나, 혼자 있고 싶어 한다. 그리고 동시에 같이 있고 싶어 한다. 세상 사람들 그 누구나 외향적이지만, 동시에 내향적이다. 


그래서 발표를 잘하고어울리는 것만이 결코 살아가는 답이 아님을 우리 반 학생에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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