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루프탑 바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도 마치 귀족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루프탑 바'이다. 사실 방콕은 아시아에서도 손에 꼽히는 '호텔 밀집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그런 현대적인 고층 빌딩 위에는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루프탑 바'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히 술을 파는 곳을 넘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장소이다. 물론, 태국의 물가를 고려하면 이곳의 음식 가격이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와인 한 잔이나 맥주 한 잔 주문만으로 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온전히 누린다면, 지불한 비용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태국 여행에서 '루프탑 바'를 무조건 가야겠다고 결심한 건 다름 아닌 블로거들이 찍은 풍경 사진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바가 고층에 위치해 있어 방콕의 드넓은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빌딩 숲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의 야경은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리고 태국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덧 나는 매일 밤 다른 루프탑 바를 찾아다니는 루프탑 바 마니아가 되어 있었다. 놀라웠던 건 루프탑 바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이었다는 것이다. 어떤 곳은 엄격한 드레스 코드를 요구하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했고, 또 다른 곳은 캐주얼하면서도 활기찬 음악으로 가득했다. 예를 들어, 시로코 스카이바(Sirocco Sky Bar)는 웅장한 돔과 라이브 재즈 음악으로 압도적인 고급스러움을 자랑하는 반면, 문 바(Moon Bar)는 좀 더 아늑하고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360도 파노라마 뷰를 선사했다. 킹 파워 마하나콘 스카이워크(King Power Mahanakhon Skywalk)는 유리 바닥으로 된 아찔한 전망대와 함께 최신 유행 음악이 흘러나오는 트렌디한 공간이었다. 나는 그런 루프탑 바들의 다채로운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공간은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 있는 '바 쓰리식스티(Bar 360)'였다. 굽이쳐 흐르는 짜오프라야 강과 그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선 빌딩 숲의 야경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잔잔한 강물 위로 비치는 도시의 불빛은 밤하늘 속 은하수처럼 반짝였고, 그 풍경 속에서 나는 방콕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또한 방콕의 하늘에서 도심의 소리를 가장 멀리서 들을 수도 있었고, 반면에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태국을 찾는 여행자라면 꼭 루프탑바를 방문해 보면 좋겠다. 방콕의 화려함을 쿵쿵대는 멋진 음악과 함께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일상의 근심 또한 잊게 되는 마법의 장소가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