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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Oct 08. 2024

선생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좀 아니지 않아요?

다른 건 다 용납해도, 선생님 그건 좀…

10월의 온작품 읽기 도서는 ‘주인공은 너야’로 정했다.

그동안 수업을 이어오던 온작품 도서와는 많이  다르다. 우선 대화도, 등장인물도 딱히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10월의 학급 주제가 인물, 그리고 연결하고자 하는 학교 교육활동에 ’ 학습발표회‘가 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어찌 보면 직업과도 연계할 부분이 더 많다.

작가, 배우, 프로듀서, 연출가, 조명감독, 의상 디자이너 직업에 대해서 설명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가만 보면 매시간의 수업은 하나의 작품이다.

하나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교사는 작가도 되고, 프로듀서도, 연출가도 된다.

어디 그뿐인가, 1인 다역을 하는 배우도 된다.

수업을 위해 음악도, 조명도 모두 동원을 해야 하니 수업은 정말 공연이고 작품인 것이다.


아이들과 책에 나온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

힘찬이가 ”선생님이 PD인 거네요? “ 한다.

“선생님이 프로듀서야? 왜 그렇게 생각해?”

“우리가 체험학습 갈 때, 계약도 하고 돈도 내고 하고 다 알아보니까요.”

“정말 그렇구나. 선생님은 우리 반의 프로듀서 인 셈이네.”

책의 내용 중 프로듀서의 하는 일이 공연을 위해 전체적인 진행을 하고 계약까지 한다는 내용이 평소 체험학습을 가면

진행을 하고 계산을 하던 나의 모습과 연결이 되었나 보다.


나는 이런 모습이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배운 것을 나의 삶에서 연결 지어 보는 것, 내 생활에서 그 모습을 찾아보는 것이 바로 배움 아닐까?

그렇게 보면 우리 아이들은 참 야무진 아이들이다.


“얘들아 선생님 꿈은 사실 이거였어.”

“뭐요? “

“이 중 무엇일까? 한 번 맞춰봐~ 선생님 보면 딱 어울리는 거 없어?”

“음… 의상디자이너?”

“아니, 선생님은 배우가 되고 싶었어.”

????


반응이 없다.

민망한 정적을 깨고 봄이가 이야기한다.


“선생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좀 아니지 않아요? 배우는 좀 아니지 않아요?”

평소 모든 것이 내 편인 아이들도 책상으로 눈길을 둔 채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무언의 동의 인 셈.


정적을 깨고 용기 내어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이야기한 봄이가 있으니

봄이에게도 배움이 있었다.


결국, 국어 수업을 하며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선생님만 배움이 없었던 셈이다.


너희들이 아무리 인정해주지 않아도

선생님은 매일 무대에 오른단다.

우리 교실이 선생님의 무대이고, 선생님은 그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며 꿈을 펼치는 배우 인 셈이니까.


그리고 솔직히 말해봐

선생님 정도면 그래도 배우하기에도 좀 괜찮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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