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이 아이돌 아니었나요?
온작품 읽기를 하면서 만나는 기쁨이 있다.
그림책을 깊게 만날 수 있어서 좋고, 그 안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의 삶을 만날 수 있다.
그림책 한 권으로 무슨 수업을 한 달 내내 하느냐 할 수 있겠지만
어디 한 달뿐이겠어, 한 학기 혹은 일 년을 해도 아쉬운 것이 온작품으로 만나는 아이들의 삶이다.
우리는 요즘 ‘주인공은 너야’를 읽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직업과 역할을 배우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읽었던 책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책이라서
아이들이 책에 다가감에 거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들 뿐 아니라 나도 그렇다.
자신 있게 고른 이 책을 이렇게 다가가는 것이 맞나 싶게 바라본다.
그런데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다.
천천히, 천천히 다가가면 그 안에 배움이 있고 삶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안에서 아이들과 나 사이의 경계, 벽, 거리들도 존재함을 느낀다.
아주 코믹한 방법으로.
책을 읽으며 늘 제목에 힘을 준다.
“얘들아, 주인공은 누구?”
그럼 입을 짹짹 벌리며 “너야~” 하고 예쁘게 답하는 아이들이다.
“그래, 주인공은 너야~ 너는 누구지?”
“나.”
“그래 나이기도 해. 주인공은 너야, 그리고 나야. 나야 나.”
잠깐! ‘주인공은 나야 나!’ 머릿속을 스치는 노랫말이 있다.
내가 아는 아이돌 중 몇 안 되는 워너원의 ‘나야 나’ 동작이 간단해서 춤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도 아주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노래를 생각해 낸 나를 한없이 칭찬하며 신나게 수업 시간에 그 문을 열었다.
“선생님이 오늘 아주 우리가 배우는 책과 딱 어울리는 노래를 알았어. 같이 동작을 배워보고 춤춰보자.”
노래의 메인 부분 ‘나야 나’가 반복되는 곳만 편집 한 영상을 틀었다.
신나서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따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노래를 듣는 아이들의 표정이 멍~하다.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다.
그래 노래가 너무 빨라서 그럴 수 도있지 싶어 조금 더 천천히 틀어본다.
역시나 아이들은 화면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이 노래 너무 신나지 않아? 너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야.”
봄이가 깜짝 놀란 듯이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 눈을 더 가늘게 뜨며 화면을 바라본다.
그리고 묻는다.
“네? 아이돌이요?”
“응, 너희들 워너원 몰라? 정말 유명한 팀인데.”
“네??? 아이돌이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다. 선생님 아이돌 맞아요?”
그렇게 우리는 아이돌이 맞는지 아닌지로 옥신각신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상에, 아직도 워너원이라면 내가 기억하는 정말 최전방의 아이돌 그룹인데
나도 아는 걸 이 아이들이 모른단 말이야? 충격이었다.
자신 있게 워너원에 어떤 멤버가 있는지 알려주고자 검색을 해보았다.
2017년. 그러니까 이 ‘나야 나’ 노래가 2017년에 나왔다고 한다.
음... 우리 봄이가 2015년생.
음... 너희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이 분들이 나오신 거구나?
너희가 알 수가 없었겠구나, 이 유명한 분들을.
충격은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었겠구나.
그러니까 내게는 너무나 핫한 이 분들이
너희에게는 약간 선생님의 김동률님 같은 그런 느낌인거니?
쉬는 날 뭘 먹었고, 집에서 저녁에는 뭘 해 먹었는지 까지
시시콜콜 아는 가까운 우리 사이가
서로가 아이돌이라고 생각하는 나이와 그룹의 경계로 인해 굉장히 멀리 있음을 느꼈다.
우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아이돌의 경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꿋꿋이 부르며 손을 위아래로 흔든다.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
너희들도 곧 이 매력에 빠지게 될 거란다.
자 다 같이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