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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Aug 19. 2024

나를 찾는 위대한 여행이 되길 바라며: 2학기 시작

온전한 작은 벽돌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2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95일 주어졌다.


개학을 처음 맞이한 것도 아닌데 다시 학교 모드로 몸과 마음이 돌아오는 것이 더딘 것은

유독 짧았던 날 수뿐만은 아닐 것이다.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지금의 학교에서 마지막 학기라는 것도 큰 이유인 듯하다.

너무 아깝고 아쉬워서 더 천천히 바라보고 싶고 공유하고 싶은데

우리에게는 정해진 날 수가 있다는 것이 받아놓은 날을 더 한숨짓게 만든다.

개학이 되면 이제  카운드 다운이 시작되는 것이다.

95,94,93일...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 속에 그저 바쁨이라는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앞 뒤 볼 겨를 없이

달리는 것만이 아닌

천천히 아이들과 눈 마주치고, 동료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 온 마음을 다하여 개학을 거부하는 자의 소박한 바람이고 꿈이다.


아이들과 첫 시작을 어떤 그림으로 펼쳐 볼까 고민하다가

방학이 시작되기 전 읽었던 '작은 벽돌' 그림책을 펼쳤다.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고,

나에게 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은 벽돌, 조슈아 데이비드 스타인 글. 줄리아 로스먼 그림. 장진호 옮김

작은 벽돌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 이곳 저것 다니며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는다.

긴 여행이 시작되기 전 그에게 온 이야기는

'위대한 것들은 작은 벽돌에서 시작한단다.' 하는 엄마의 이야기였다.


의미를 찾아 벽돌의 여정은 계속된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는 것은

지금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기보다는 내가 있고 싶은 곳을 찾아가는 바람의 길일지도 모른다.


이 깊은 이야기를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벽돌과 함께 시간을 여행한다.


막바지에 이르러 도착한 하나의 질문은

작은 벽돌이 있는 그곳이, 가장 완벽한 자리는 아닐까 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이 마지막 장면에 대해 깊이 나누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큰 감흥이 없다.

학교에 와서 기분이 좋은 아이, 집에서 놀던 여흥이 아직 가시지 않아 들썩이는 아이...

나의 모습과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여정으로 2학기를 보내자고 이야기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들 모습대로 살아가는 것일 거란 것도 잊지 않고 덧붙였다.

떠날 시간을 생각하며 주어진 날을 아쉬워하기보다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고받으며 자리하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나에게 오는 이야기이다.

다음 자리,  

새로운 도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아직 오지도 않은 성공에 대한 걱정보다는

지금 있는 이곳에서의 시간을 사랑하는 것이


나를 찾는 여정일 것이다.


작은 벽돌이 되어,

그렇게 2학기를 시작한다.


95일간 주어진

우리들의 위대한 여정이 이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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