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시 공부할 때에는 대단한 교육철학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싶고 교실의 모습이 있었고 이루고 싶던 교사로서의 가치관이 있었다.
‘임용시험만 합격하게 해 주세요. 그럼 저는 이런 교실, 이런 선생님이 될게요.‘
가장 거창하고 소설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만들어 놓은 교실의 모습을 꿈꾸며
내 기도는 바람보다는 협상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5년, 10년, 15년 …
시간이 지날수록 꿈꾸던 교실의 점점 희미해져 가고 나는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며
하루의 일도 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내일, 또 내일로 미루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늘 찾고 싶고 갖고 싶었다.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고 남들이 보기에도 멋지다 생각될 나만의 교육 철학, 가치관을…
찾고 싶다고 보기보다는 문장으로 만들어 내고 싶었던 것일 것이다.
올해는 무엇보다 수업에 정성을 쏟았다.
뜻하지 않게 계속 이어지던 수업 사례에 대한 강의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강의에서 이야기할 수업 이야기를 위해서라도 그러했고
지역에서 온수업축제 수업 공개와 나눔을 준비하기 위함도 있었다.
매일 하던 수업이라 일상에 젖어 그저 주어지는 대로 하던 수업을 생각하고 계획하여하다 보니 무엇을 해도 이것을 수업과 어떻게 연결할까 생각뿐이었다.
수업을 위해 더 준비하며 하나 더 해진 것이 있다면 아이들과의 대화이다.
봄이 이름은 6살 차는 언니가 지어주어 줬다는 것도 아이의 말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나에게 늘 ‘기다려 주세요.’ ‘시간이 필요해요.’ ‘할 수 있어요.’ ‘제가 할게요’ 하고 이야기하던 것도
힘찬이의 말, 타조의 말, 그리고 오뚝이의 말에서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그리고 그것이 곧 내가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사랑이고
결국 그것이 우리의 교실 이야기임을 아이들의 말속에서 배웠다.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고, 현자의 교육철학이 담긴 책이나 특별한 곳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함께 나누는 일상의 이야기 안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웃고 뛰는 그 발걸음이 닮긴 삶 속에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교실에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수업 준비를 잘하는 것도 결국 이 말과 삶을 자주 찾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부끄럽지만 이제야. 알게 되었다.
10월도 어느덧 끝을 향해간다.
다행이라 생각도 든다.
이 아이들과 “안녕”을 하고 나서가 아닌,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는 남아있는 지금 그것을 알게 되었으니.
결국 모든 것은 아이들의 삶과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