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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Mar 04. 2024

졸업은 했지만, 계속 만나는 관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어제는 개학을 앞둔 아이와 내가 한 숨을 푹푹 쉬며 세상의 모든 무거운 공기는 다 우리 집에 있는 듯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머리와 마음이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 그럼, 이제 15년이 넘어가니 3월이 오면 몸과 마음이 그에 맞게 자동으로

개학식 모드로 세팅이 된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한 건물에 있는 통합학교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이런 통합학교형태가 운영면에 여러 이점이 있어

폐교 위기였던 학교의 학생수가 많이 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을 보았다.

점점 입학생은 줄어들고 학령기 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러한 형태의 학교에 먼저 근무해 본다는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중 좋은 점은, 초등학교 6년을 졸업하고 중학교로 진학한 아이들과 여전히 얼굴을 마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한 공간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알면서도 졸업식날은 서로 눈물로 인사를 나누며 아쉬움을 전했었다.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인사를 나누었지만

기나긴 겨울 방학을 끝낸 오늘 우리는 울면서 헤어졌던 그 강당에서 다시 마주했다.

'우리 지난번에 많이 울지 않았니?'

초등학교 어린이 티를 벗고,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고 등교한 아이들은 아직은 교복이 어색하다.

하지만 그 헐렁한 교복조차도 귀엽고 아직은 내가 알던 그 아이의 그 얼굴을 하고 있다.


어제는 개학을 준비하며  4년을 함께하고 졸업시킨 두 아이가 생각났다.

올해 나의 학급에서 새 얼굴들이 있지만

여전히 마음은 떠나보낸 아이들과 함께 머무르고 있다.

'방학 동안 얼마나 자랐으려나?' 몸과 마음이 성장했을 아이들의 모습이 궁금하다.


졸업한 아이들의 입학을 축하하며

작은 꽃 한 송이씩 준비했다.

입학식이 끝난 후, 조용히 다가가 건네며 축복의 말을 전했다.

"입학 축하해. 더 멋진 배움이 있길 선생님이 응원하고 함께할게."


중학교에 진학했으니 중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하며

이제는 내 손이 아닌 다른 보살핌의 손길에서 자라날 아이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 공간에서 머무를 수 있다는 통합학교의 특혜로

여전히 함께 성장을 지켜봐 주는 어른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너희들의 꿈이 예쁘게 성장하고, 꽃 피우길 응원한다.

마음 착한 나의  영원한 풀잎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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