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무라노로 캐나다 무라노를 가다.
제목 : 캐나다에서 자동차를 달리다. (닛산 무라노로 캐나다 무라노를 가다.)
밴쿠버 공항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리치몬드시에 위치한 Routes라는 렌트카에서 차량을 빌렸다. 맨 처음 렌카 회사에서 빌려준 차는 닛산 로그라는 차량이었다. 부산 르노삼성공장에서 생산해서 미국에 수출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대략 우리나라로 치면 QM6와 비슷한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닛산 로그를 타고, 밴쿠버 시내에 있는 사촌누나집에 도착하니 대략 12시 쯤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7월 13일은 24시간 + 시차 16시간을 해서 총 40시간이었는데, 이제 28시간 정도 지나고 12시간이나 더 남아 있었다.
짐을 풀어놓고, 잠시 쉬었다가 캐나다 록키 여행 중에 캠핑할 짐을 싣었다. 사촌 누나 덕분에 가장 부피가 많이 차지하는 캠핑장구를 빌릴 수 가 있었다. 록키 여행은 총 6박 7일로 계획했는데, 록키산맥에 있는 재스퍼, 휘슬러 캠핑장에서 2박, 밴프, 투잭 레이크사이드 캠핑장에서 2박 하기로 했고, 오고 가는 길에 각각 1박을 하기로 했다. 캠핑장비를 SUV에 블록쌓기 하듯이 차곡차곡 쌓았는데, 차가 좀 작은 감이 들었다. 21살 여대생 5촌 조카와 이번 여행을 동행키로 했는데, 총 5명의 짐을 싣다 보니 겨우겨우 짐을 싣을 수 있었다.
사촌누나 남편은 이란계 캐나다인 인데, 차가 좀 작아서 불편하다는 얘기를 해서 저녁에 다시 렌트카 회사로 가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닛산 무라노 V6 3500cc 모델을 빌렸다. 다시 짐을 싣고 보니, 좀 여유롭게 짐을 싣을 수가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을 뜨자 마자 새벽 5시 쯤에 일어나 밴쿠버에서 재스퍼로 떠났다. 휘발유는 캐나다 달러로 대략 리터당 1.45 달러 정도 했는데, 원화로 계산하면 대략 리터당 1,200 ~ 1,300원했다. 대충 계산하면 캐나다 휘발유 가격이 우리나라 경유 가격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무라노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북동쪽에 있는 석호 섬이다. 중세 베네치아가 유럽 지역의 해상무역을 독점하고, 무로나는 베네치아의 전성기인 13세기 이후부터 유리제조의 중심지 였다. 지금으로 치면 미국 실리콘 밸리 쯤 된다. 그 당시 유리공예품은 매우 사치품이며, 특히 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유리공예품은 예술작품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졌다. 특별히 자동차 제조사들은 유럽의 도시를 차량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현대기아는 유럽에 있는 도시들을 차용해서 소렌토, 투스카니 등과 같은 이름을 붙였다. 쌍용자동차도 이탈리아 로마 인근에 있는 휴양도시인 티볼리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특별히 차량이름은 으스스한 북유럽의 도시보다는 따뜻한 햇볕으로 빛나는 남유럽의 도시를 붙이길 선호한다. 괜히 선루프를 활짝 열어두고,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해안도로를 달리는 멋진 여행을 떠나는 이미지를 심어주어서 인지 모르겠다. 닛산도 무라노라는 상징적인 도시를 차용하였다. 무라노는 중세 베네치아에서 생산한 값비싼 유리공예품을 떠오르게 만든다. 아마도 닛산은 무라노라는 자동차가 럭셔리한 볼륨 모델로서 전세계에 수출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이름을 지었는지도 모른다. 거의 천년 동안 지금도 유리공예를 만드는 무라노 섬의 장인처럼 자신들도 오랜 세월동안 자동차를 생산하는 꿈을 얘기하고 싶은 지도 모른다.
밴쿠버 시내를 좀 벗어나고, 인근 위성도시 몇 개를 벗어나서 1~2시간 쯤 지나자 차량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계속 이어지는 직선도로는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과도 같았다. 그제서야 왜 북미 사람들은 픽업 트럭을 좋아하는지, 왜 가솔린 차량을 선호하는지 머리로 이해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는 따로 얘기하도록 하겠다.)
캐나다라는 거대한 땅에서 자동차를 달리게 했다. 운전은 왼 손을 거들 뿐이었다. 30분을 달려도 쭉 일직선으로 뻗은 길을 한없이 달려야만 했다. 난 닛산 무라노를 타고 캐나다 “무라노”인 록키로 향하고 있었다. 캐나디언 록키는 캐나다가 자랑하는 자연유산이다. 또한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캐나디언 록키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 찾아온다. 그리고 앞으로 천년이 훨씬 지나서도 캐나다 “무라노” 록키는 여전히 캐나다 사람들이 사랑하고, 전세계가 찾는 유리처럼 빛나는 보석같은 존재일 것이다.
나 또한 번잡한 베네치아(한국)을 떠나서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무라노섬으로 향하는 배를 탔다. 누구나 가슴 속에 “무라노”가 있다.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 무라노가 될 수 있고, 번잡한 베네치아를 떠나서 조용하고 한적한 휴식처가 무라노가 될 수 도 있다. 난 V6 3600cc 대형 SUV를 타고 캐나다 록키로 가고 있다. 옆에선 아내가 내가 졸리지 않도록 물을 건네주고, 먹을 것도 챙겨준다. 뒷좌석 아들, 딸들은 마냥 신기한 표정으로 바깥 구경에 빠져 있고, 174cm가 넘는 21살 여대생 조카는 아직도 어색한 모양인지 별 말이 없다.
이번 여행은 컨셉이 좋다. 닛산 무라노로 캐나다 무라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내가 달려가고 있는 “무라노”에는 어떤 시간이 펼쳐지게 될까? 그 무엇이 되었던,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그것 자체로 무라노이다. 지금 타고 있는 차안에 웃음 꽃이 피어나고 있으니 이 공간 또한 “무라노”가 아닌가? 뒤좌석에 두 명의 초딩(초3, 초1)이 초딩스러운 대화를 이어간다. “차 이름이 무라노가 무라노? 엄마, 뭐라노? 무라노?” 이래저래 무라노 때메 블루리버(밴쿠버에서 600킬로 정도 떨어진 도시)가는 길이 심심하진 않다. 이제 곧 처음으로 1박하게 될 중간기착도시인 블루리버에 도착하게 된다.
P.S 보통은 캐나다 알버타주 캘거리에서 밴프로 가는 여행코스를 잡는데, 나는 캐나다 BC주 밴쿠버에서 재스퍼를 거쳐 밴프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았다. 남들과는 반대방향으로 돈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매우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자..이제 일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