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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Feb 04. 2024

알쓸신인 시즌1-02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도네시아 이야기  1-01

안녕하세요? 인도네시아 특파원 정윤식입니다.

편하게 글을 쓰기 위해서 앞으로 계속 경어체로 쓸 예정이니, 양해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알쓸신인 시즌1-02편을 시작해 본다. 내가 인도네시아에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지만, 시즌은 연도별로 제작할 예정이다. 미국 드라마는 시즌제로 보통 22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미국드라마가 통상적으로 5개월 (1달에 4주가 보통 3번, 5주가 보통 2번) 정도

방영 스케줄을 잡기 때문이다. 비교적 짧게 3개월 편성되는 드라마의 경우에는 13화(4주짜리 2달, 5주짜리 1달)로 방영이 되기도 한다. 물론 5개월로 방영 스케줄로 잡았다가, 인기가 없어서 3개월 만에 조기종영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도 하다. 오늘도 하나 배운다. 5개월짜리 시즌제의 경우 23화까지 편성, 3개월짜리 시즌제의 경우 13화까지 편성된다.

 

오늘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에 대해서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초/중학교 철없던 어린 시절에 친구들끼리 놀리던 별명들이 있었다. 그 시절 별생각 없이 원숭이를 닮은 외모(주로 턱이 앞으로 나와 있는 경우)나 덜 떨어졌다(놀리는 의미로)고 생각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자바원인"이라고 불렀다. 철없던 호모 사피언스였던 그 시절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인류의 기원인 영장류들을 친구들을 놀리기 위해서 쓴 덕분에, 아직도 그 어려운 "오스틀랄로피테쿠스"라는 학명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중에 익숙한 별명 중에 하나가 "자바원인"이다. 난 어린 시절 사회과 부도(사회과목 부록으로 수록된 지도라는 뜻)에 실린 세계지도를 즐겨보았다. 처음 지명을 들었을 때는 아프리카 어디에 있는 나라 이름 또는 지방인 줄 알았는데, 사회과 부도에는 적도 근처에 있는 인도네시아라는 나라가 있는 섬 가운데 하나가 자바섬이었다. 1891년 네덜란드 군의관인 외제 뒤부아가 자바섬에서 화석을 발견하는데, 그 화석을 분석해 본 결과 지금의 인류와 비슷한 넓적다리(대퇴골)와 비슷한 구조였다고 한다. 그 화석이 인류가 최초로 직립보행(네 발이 아닌 두 발로 걸어서 다닌다는 의미) 했다는 증거가 되었다고 한다. 대략 지금으로부터 약 4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40만 년쯤에 자바원인은 드디어 두 발로 걷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아이를 키워보면 알겠지만, 네 발로 기어 다니다가 두 발로 걸어 다닌다는 의미를 알 수 있다. 우선 손이 자유로워지고, 손으로 여러 가지 도구를 다룰 수 있고, 무엇보다 손으로 문자를 기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두 발로 걷게 되면 하늘을 바라보게 되고, 하늘을 바라본다는 건 해와 달과 별을 통해서 천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석기나 철기를 이용해서 농기구를 만들게 되고, 천문을 이용해서 농사를 짓게 되면서 문명을 이룩할 수 있는 토대를 확보하게 된다. 그러니깐 포유류 동물들은 무리를 이루면서 집단생활을 하면 대략 200~300마리 수준까지는 통제가 가능한 반면,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수천, 수만, 심지어 수억의 국가 내지는 민족을 대단위로 이루어서 문명을 건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자바원인은 영장류 중에서도 직립보행의 근거를 처음으로 발견한 고고학적 증거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자바원인은 호모 사피엔스의 유일한 종으로 진화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두 번째로 자바섬에는 자바 커피가 유명하다. 17세기 후반에 네덜란드에서는 아프리카산 커피묘목을 여기저기 식민지에 배양을 했고, 그중에 높은 고지대와 화산이 많은 자바에서 커피 생산에 성공한다. 그래서 고지대에는 아라비카 커피를 재배하고, 저지대에는 로부스타 커피를 재배하였다. 그리고 수마트라섬에는 만델링, 아체 가요가 유명하고, 술라웨시에는 토라자 커피가 유명하다. 물론 사향고양이의 생두를 먹고 배설한 씨를 커피로 만든 "루왁커피"도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자바 커피와 모카커피를 함께 블렌딩 해서 자바 모카커피라고 불리면서 전 세계의 커피 애호가에게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모카커피라고 하면, 커피에 코코아나 초콜릿을 넣은 커피를 의미하지만 원래 모카는 예멘에 있는 항구의 이름이다. 주로 에티오피아에서 생산된 커피가 아프리카 내륙을 거쳐서 예멘 모카항에 선적이 되고, 모카항에서 유럽을 필두로 한 전 세계에 무역이 되었다. 그래서 모카라고 하면 커피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커피메이커는 모카포트라고 불렸다.

 

특히 자바 모카커피는 자바의 쓴맛과 모카의 신맛이 절묘하게 블렌딩 되어 있다고 하니, 한 번씩 마셔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커피 블렌딩으로 콜롬비아 4, 브라질 3, 에티오피아 2, 과테말라 1로 유명한지만, 세계최초의 블렌딩 커피는 자바 모카 인 셈이다. 특히 오라클의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인 자바는 자바커피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자바 커피를 유달리 좋아했던 캐나다 출신 제임스 고슬링이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언어의 이름을 자바 커피를 따서 자바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학시절에 도서관에서 즐겨 먹던 홍차가 있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데자와"였다. 홍차에 밀크가 들어가 있어서 밀크티로서는 제격이었고, 특히 도서관에서 약간 졸릴 때 커피 대신에 데자와를 즐겨 마셨다. 데자와는 네덜란드 말로 Te Jawa라고 하는데 영어로 하면 Tee Java라고 하니 자바 티라는 뜻이라고 한다.

 

오늘도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도네시아 이야기 #2편을 마무리한다. 우리가 단편적으로 배운 이야기가 모두 인도네시아 자바섬과 연관되어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의 먼 조상인 자바원인은 최초로 발견된 직립보행의 역사적 증거이다. 또한 우리가 자주 마셨던 자바커피는 모카커피와 함께 세계 최초로 블렌딩 커피로 유명한 자바 모카커피로 유명하다. 또한 인터넷에서 즐겨 등장하는 JAVA 스크립트를 깔면 나오는 커피의 로고가 자바섬에서 유래한 셈이고, 심지어 데자와마저도 자바 티라는 뜻이다.

 

인도네시아는 우리에게 이렇게 친숙한 이름이 된다. 만약 지금 직립보행 한 채로 의자에 앉아서 자바 모카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넷에 자바 스크립트로 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인도네시아를 3번 만나고 있는 셈이다. 직립보행 자바원인, 자바 커피, 자바 언어 이렇게 삼중주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마지막 늦은 오후에 데자와 까지 마신다면, 당신은 이미 인도네시아를 4번이나 만나고 있는 셈이다. 오늘도 당신은 인도네시아와 연관된 삶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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