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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3가지 맛

흥미, 재미, 의미

by 정윤식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세 가지 미(味, 맛 미)에 대해서 재미 삼아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첫째, 흥미(interest)입니다. 어린아이는 자신이 받아들이는 오감을 통해서 세상을 흥미롭게 바라봅니다. 또한 우리는 영화 예고편을 보거나, 유튜브에서 쇼츠(Shorts)를 보면서 흥미를 찾게 됩니다. 그래서 동식물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짝짓기(번식, 생식)를 하기 위해서 상대방으로부터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다양한 행동을 합니다. 공작새는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펼치기도 하고, 꽃들은 화려한 색감과 냄새로 꿀벌을 유혹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려면 흥미로운 점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취미를 시작할 때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에도 내가 바라보는 대상자에게서 흥미(Interest, 관심)를 느껴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흥미로움만 가득하다면, 우리는 쉽게 유혹당하고, 쉽게 빠져들고 맙니다. 흥미로움만 가득한 세상은 도파민으로 중독된 세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흥미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에 쉽게 빠져들기 위한 첫 단추입니다.

둘째, 재미(Fun)입니다.

처음에 흥미를 느끼고 시작한 일도 어느 순간에 흥미가 시들해질 때가 옵니다. 흥미가 시들해지면 처음에 시작한 그 일을 그만두기도 하고, 다른 흥미 있는 대상으로 갈아타기도 합니다. 그래서 흥미를 계속 이어보려고 지루함을 견뎌가며 그 일을 꾸준히 합니다. 그러다가 재미를 발견합니다. 내년 새해에 등록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흥미를 가지고 일주일 정도 열심히 다닙니다. 그러다가 2~3주 지나면, 처음에 생겼던 흥미가 떨어지고, 일주일에 1번도 못 가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재미를 붙여봅니다. 러닝머신(트레이드 밀)에서 목표를 정해놓고 운동을 해보기도 하고, 피트니스에서 만난 동료들과 재미있게 만나서 대화도 이끌어봅니다. 흥미와 재미로 시작한 일은 그제야 탄력이 붙어서 관성으로 굴러가게 됩니다. 하지만, 흥미와 재미만으로는 인생이 부족합니다.

마지막은 의미(Meaning)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직장인에게 매일 출퇴근하는 회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학생에게 매일 쏟아지는 수업과 숙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 세상에 흥미와 재미만으로는 살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과 삶에는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단란한 가족들을 위해서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참을 수 있어야 하고,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를 해야 합니다. 삶의 의미는 다른 누군가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행복에서 찾기도 하고, 종교에서 찾기도 합니다. 삶의 의미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구도하여 찾아야 할 길입니다. 어쩌면 삶에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이 세상에 던져지고, 이기적인 유전자가 제시하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메커니즘에 함몰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칠흑 같은 인생에서 스스로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사는 건, 너무나도 잔혹한 일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20~30대만 하더라도 인생의 의미를 찾았고,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스스로 밥벌이를 하고, 내 가족을 건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 경쟁하며 살아왔었습니다. 그러다가 40~50대가 되어 가니, 너무 의미에만 함몰하며

나 스스로 재미를 잊고 살아온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재미있다고 모든 것이 행복하진 않지만, 재미없이 살아가는 삶이 행복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사람을 만나면, 웃으며 지내려고 합니다. 너무 진지하게 의미만 쫓기

보다는 약간의 재미를 추구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흥미, 재미, 의미의 비율을 2:5:3 정도 맞춰서 살고 있습니다.

요즘 내가 어떤 일을 하거나, 누군가를 만나면 늘 생각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바로 "재미"와 "의미"입니다.

과연 이 일은 나에게 재미와 의미를 주는가? 멍 때리고 보는 넷플리스는 나에게 어떤 의미와 재미를 주는가?

설날에 본 "중증외상센터"는 나에게 어떤 재미와 의미를 주고 있는가? 100% 재미만 있는 것도 없고, 100% 의미만 있는 것도 없습니다. 이제 한국 나이로 50이 되니, 인생의 의미보다는 재미있게 살아겠다고 더 생각합니다.

당신은 얼마나 재미있게 살고 있나요? 당신은 얼마나 의미 있게 살고 있나요? 이 대답을 당신 스스로 할 수 있다면, 당신은 흥미, 재미, 의미를 연금술사처럼 잘 섞어서 멋있고 맛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 이 글은 당신에게 어떤 맛이었나요? (흥미, 재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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