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드로잉 프리랜서를 꿈꾸며
민화를 배우면서 도안을 만들고 싶어 아이패드를 구입했다?!가 목적이지만 한 동안 글을 쓰는 목적으로 들고 다니기도 했지만 일주일 한 번도 켜지 않는 날이 생기곤 했다. 연말이 되면 새해 목표 같은 거 세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SNS에 올라오는 그림 사진이나 일러스트 피드를 보자니 '프로크리에이트'를 자알 쓰고 싶어졌다. 맨날 쓰는 선 따라 그리는 기능 말고 색칠도 해보고 꾸며도 보고. 그것보다 조금 더 큰 욕망은 민화를 디지털로 100퍼센트 그려보기.
대구에 아이패드로 민화 그리기 수업은 못 찾았으나 우리 동네에 아이패드 드로잉 그림 공방이 있잖아. 이럴 때 내 검색력에 감탄한다. 개인 문의를 드렸고 1월부터 수강했다. 선생님이 워낙 착하셔서 처음 보자마자 편안해졌다. 모든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특징인지 프로크리에이트 사용 흔적을 보시더니 잘 쓴다며, 기본 기능 몇 개만 배우면 되겠다고 기초반 8주 수업을 권하셨다.
네모, 세모, 원 반듯하게 그리는 방법부터 다양한 브러시 이용하는 재미를 알려주신 선생님. 무엇보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다듬어 주셨다. 2시간 정도 수업이지만 청소년 학원 마칠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기도 하고 집중력 저하로 1시간 반 정도에서 멈추고 집으로 온다. 금요일 수업이라 밤늦도록 그림을 마무리하고 다른 그림들도 그려본다.
그렇다, 나는 요즘 이 어플에 빠져 산다. 일주일에 하나씩 그리던 그림을 주말이면 몰아서 주말 한정 일일 일그림을 그리지 않나, 제법 손이 많이 가는 그림은 며칠 만에 완성하기도 한다. 궁극적인 목표를 잊지 않으려 8주 중 6주가 끝날즈음 선생님께 민화를 패드로 자연스럽게 옮길 수 있는 커리큘럼을 짜달라고 숙제 내는 학생이 되었다. 선생님께 내가 처음 배운 민화 그림을 참고문헌으로 쓸 수 있도록 드렸고, 나도 그동안 배운 것들을 토대로 집에서 그려봤다.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민화를 위한 연습을 하고 있고, 민화로 그리려고 만든 도안을 한지로 표현하기 전에 틈틈이 패드로 그려보고 있기도 하다. 동양화 느낌이 아니라 내 맘대로 색을 칠한다. 그리고 낙관까지. 낙관 만들기 재미 붙여서 어제 하루 종일 낙관 만들었다. 몇 명의 도장 이미지를 전달했고, 블로그 사진에도 서명으로 써보고, 인스타 스토리에도 써보고. 그러다, 2014년부터 꾸준히 이어온 책모임을 위한 모임 도장도 만들었다. 맘 같아선 도장으로 파서 책에 직접 찍어도 좋겠지만, 인증으로 온라인에 사용하면 한눈에 볼 수 있겠지.
여기까지 나는 취미를 넘어 조금 더 깊게 파고들 연습을 하고 있다. 꾸준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