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 사기 임대차 관련 뉴스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의 여파인지 심리적 위축인지 전세를 찾는 신규임차인은 거의 없고 임대기한 만료된 전세물건은 계속 나오고 있네요. 게다가 이사가 뜸해지는 4월부터 전세뿐만 아니라 월세나 반전세 문의 전화도 거의 없습니다.
가끔 임대인(집주인)의 “우리 집 신경 좀 써 주세요.”라는 애원조의 전화가 있을 뿐입니다.
얼마 전 임대기한 만료일이 다가오니 이사하겠다는 임차인(세입자)에게 “만기일에 이사 나가셔도 됩니다.”라고 잘못 말했다가 책임질 일이 두려워 이사를 좀 더 생각해 보시라고 했습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전세를 선호하는 손님이 많았던 때라 전세 계약이 안 될 것을 걱정할 일은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다시 “요즘 전세가 잘 안 나가니 현재 사는 집이 계약되고 난 후에 집을 알아보는 게 좋겠습니다.”라는 진심의 말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임차인은 낮아진 전세가에 상태가 더 좋은 집을 놓칠까 걱정했습니다. 결국, 계약할 결심으로 임대인에게 일단 만기일에 나가겠다고 통보했답니다.
이런 상황은 흔한 일이고, 법적으로 임차인의 행동에는 잘못이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중개현장에선 내어 줄 보증금이 없는 임대인을 위해 살던 집을 먼저 계약해서 임대보증금 회수가 확실해질 때 이사 갈 집을 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서를 바꿔 집을 먼저 구하는 순간부터 임차인의 집이 계약될 때까지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하루가 지날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전세금반환 대출이라는 구제책이 있긴 합니다만, 다세대나 아파트 같은 구분세대일 때 가능합니다. 반면 다가구 형태의 단독 주택의 경우는 보증금 반환 대출이 가능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구 전세임차인의 경우 이사 나갈 때 더욱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예상이 됩니다.
여기서 저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마음을 불안하게 할 생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나 닥칠 극한 상황이 오기 전에 예방책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입니다.
잠시 입장이 뒤바뀌는 예상을 해봅시다.
현재 임대료나 보증금이 낮아진 상황이 임차인에게 유리한 것 같지만, 만일 2년 후 다시 이자율이 하락하고 부동산 상승기가 찾아온다면 새로 찾아간 보금자리에서도 월임차료나 보증금 인상압박이 생길 것입니다. 임대인은 일시적으로 낮춘 전세가를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리려고 하지 않을까요?
각자의 입장은 언제든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현재의 임차인이 조만간 임대인이 안 될 일도 없겠지요?
여러 문제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어쩔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임대인 임차인 편 가르지 말고, 조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사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임대인도 임대인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며, 임차인의 배려를 그냥 받기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살면서 조금 불편을 감수하고 지냈던 곳의 보수공사나, 임차 가구의 계약이 성사될 때까지 임대기한 만료 후 대출이자 일부 지원하는 것 등을 하시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