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

by 평화

겨우내 손때 묻은
뜨개실이
꼬불꼬불
라면처럼 말렸다

너를 떠올리다
자꾸만 코를 빠뜨려
구멍이
듬성듬성해졌다

풀었다,
또 떴다

어쩌면
내 마음도 그랬다

글자 하나하나
힘주어 눌러쓴
편지엔
말보다 진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만날 날이 머지않아
부지런히 손을 움직인다
목도리가 길어질수록
밤도
마음도
깊어진다

완성한 목도리를
돌돌 말아
리본을 묶고
편지를 엮었다

네가
좋아할까
설렘 가득한
빨간 볼을 하고
약속한 장소로
향하는 길

카-톡
핸드폰이 울렸다
그만 만나자
짧고
형편없는
이별 통보

참,
끝인사가
멋도 없다

잘 어울릴까
고르고 또 고른
뜨개실은
이제
주인을
잃었다



이전 15화눈 내리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