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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루 Jul 20. 2023

K와의 연애

못다 한 말이 있어 차마 전하지 못한, 그리고 전하지 못할

 K, 너와의 사랑은 나의 지나간 연인들과의 사랑에 대한 반성이자, 미성숙한 연애로 인해 다른 이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었던 나 자신에 대한 속죄의 시간이었어.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학대의 연속이었어.


 2년이 조금 안 되는 연애 기간 동안 진심으로 행복했던 순간이 몇이나 되었을까. 행복했던 순간보다는 행복하길 바라며 인내하던 순간이 곱절로 많았을 것이다. 잠시 반짝이던 순간의 기억으로 보다 많은 날들을 보내야 했다. 행복을 연기하며 스스로를 속이고 다독였다. 그럼 괜찮을 줄 알았다.


‘이해심 넓은 여자친구’, ‘포용력 있는 여자친구’, ‘자립심 강한 여자친구’. 그것이 내가 K를 비롯한 뭇 남성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이었다. 지난 H와의 연애 이후 다짐한 자신과의 결심 같은 것이었다. 의지하고 싶은 순간이 생겨도, 힘들다는 말보다 “그래도 어쩌겠냐”며 “해내겠다”는 말을 습관처럼 해 보였다. 질리는 여자, 의존적인 여자로 낙인 되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게 또 하나의 사랑을 망치게 될 테니까. 적어도 이제는 같은 이유로 헤어질 일은 없을 거라 확신했다.


“헤어져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만 사랑하자.”

“적당한 마음으로 사랑하자.”


 객관적으로, 타인의 시선에서 보면 K와의 연애는 나쁠 것이 없었다. K도 나에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늘 내가 보인 사랑과 정성에 비해 돌아오는 마음이 같지 않았을 뿐. 그게 반복되다 보니 부담이 되었겠지. K와 내가 헤어진 본질적인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가 그리는 사랑의 형태가 달랐다는 것. 그로 인해 쌓여가는 불편한 감정들.


 “자신이 없어.“


 이 한 마디에 K와 내가 함께한 시간은 더 이상의 의미를 잃게 되었다. 슬픔보다는 허망함이 더 컸다. 나는 네가 감히 놓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연인이 되고 싶었는데. 이번 연애도 실패구나. 씁쓸한 웃음만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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