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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루 Jun 15. 2023

K와의 연애

내가 만든 감옥

 지난 연애가 갑작스레 끝이난 후 나는 모종의 강박을 갖게 되었다.


“집착하지 말아야지. 의지하지 말아야지. 착한 여자친구가 되어야지. 이해심 많은 여자친구가 되어야지.”


 그렇게 ‘사랑받을 만한’ 여자친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또 결심했다. 매 순간 ‘참을 인’을 새기며 나와의 싸움을 이어갔다. 이번 연애에서는 버림받지 않겠노라는 목표 하나만을 손에 쥔 채로 말이다. 그가 의도치 않게 서운할 만한 상황을 만들 때면 혼자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정말 서운할 만한 상황인가?”

“서운함을 느껴도 되는 상황인가?”

“서운함을 표현해도 되는가?”


 정당성을 부여 받아야만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것이라 은연중에 생각했다. 감정을 통제하는 성숙한 연애를 하게 되었다고 .. 그렇게 조금은 자부심도 느꼈지 싶다.


 그런데 왜인지 홀로 삼키는 눈물이 많아졌다.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이 한데 엉켜 마음에 구멍을 만들고 있었다.


 나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감정들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에게는 쿨한 여자친구로 비춰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나는 그렇게 내가 만든 감옥 속에서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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