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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낯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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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 Apr 11. 2022

방 구합니다

자기만의 방

어릴 때 나는 방이 필요했다. 하지만 방을 갖기에는 집이 너무 작았다. 온전한 나의 방이 없었다. 모든 곳이 공용공간이었다.     


나중에는 꼭 내 방을 가지리라 다짐했다.     


지금도 방은 없다. 아직은 개인의 공간을 가질 여력이 되지 않는다. 아이와 남편이 출근한 뒤에 그나마 혼자 집을 독차지하는 시간이 존재한다. 이 시간에 나는 오롯이 혼자를 즐긴다.      


자기만의 방은 중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은 중요하다. 누군가와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 자기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여의치 않을 것이다. 한 집에 방이 여러 개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특히나 엄마는 엄마의 방을 존재하게 하는데 대기번호 가장 끝이다. 아이의 방이 우선이고 그다음은 남편의 서재, 마지막으로 여유가 있다면 엄마의 독립적인 공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엄마의 공간은 고려되지 않는 집이 많을 것이다.      


여자 남자를 가리자는 얘기는 아니고 자신의 공간이 필요함을 얘기하고 싶다. 어떤 집은 출근하는 아빠의 방이 따로 없을지도 모르고 예전의 나처럼 모든 공간이 공용공간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자기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사치로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자기의 공간을 작게라도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방 한 구석에 내가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 말이다.      


자기의 공간에서 얻는 안정감과 자유를 아는 사람은 그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어질 것이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나의 작은 공간.     


아마 앞으로도 오롯이 나의 방을 갖기는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한 구석에라도 나의 공간을 만들 생각이다. 각자가 한 구역씩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좀 낯설다. 하지만 공부를 하려고 공부방을 만드는 것처럼 거기서 소소한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삶은 훨씬 윤택할 것이다.      


예전에는 작업을 위해 카페에 많이 갔지만 이제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니 집을 더 잘 꾸미는 수밖에 없다. 집을 좀 더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바꿔주어야 한다.     


기왕 집에서 생활하는 거 내가 좋아하는 공간으로 꾸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끔 카페를 가보면 예쁘고 자주 가고 싶은 느낌이 드는 것처럼 집도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카페와 달리 집 관리는 내가 해야 되지만.     


오늘부터라도 한 구석을 구획해서 공간을 내보아야겠다. 공용공간이 아닌 나의 공간, 내 방이 있다는 건 매우 중요한 삶의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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