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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 Apr 30. 2024

친애하는 나의 25킬로

살을 보내며

나를 이루고 있던 것이 사라졌다.


사라졌다기보다는 피부의 표면적과 지방의 부피가 줄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과학적인 내용을 덜어내고 상상하면 어딘가 내가 사라진 느낌이다. 


그래서 "애를 낳았네."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몸무게가 줄어든 것을 살을 덜어냈다고 여겼을 나올 있는 말이다. 확실히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 살을 뺀다는 것은 뭔가 떨어져 나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떨어져 나간 나의 일부를 생각하게 된다. 


달의 생성 가설 중에 지구에서 떨어져 나간 일부라는 주장을 본 적이 있다. 살을 덜어낸 지금 나는 달과 같이 어딘가 부유하고 있을 나의 조각을 떠올린다. 달이 되어 나를 위성처럼 돌고 있을 살덩이를 생각하니 어쩐지 귀엽다. 예전 어떤 광고에 사용된 귀여운 지방이 캐릭터가 떠오른다. 나의 줄어든 무게는 내 주위를 떠돌며 처량하게 울고 있을까? 부디 외롭진 않았으면 좋겠다.


사라진 나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조금 섭섭하다. 이제는 지워졌지만 존재하던 25kg만큼의 내가 그리워서일까?  존재감이란 그저 부피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안다. 그러면서도 다른 것으로 존재의 두각을 나타낼 수 없으니 이 지구에서 자리라도 넓게 차지하고 싶었던 마음이 서운함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증발해 버린 나의 일부에 대해 이렇게 여러 가지 감정이 있다는 것을 떠나보내고 알았다. 나에게 이런 흔적을 남기고 떠난 녀석. 하지만 다시 돌아오진 않았으면 좋겠다. 가야 하는 때를 알고 떠나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즐거웠고 다신 보지 말자. 나랑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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