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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Apr 01. 2024

목표는 왜 구식이 되었나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목표가 얼마나 쓸모없는지는 이미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설명한 바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나 <더 시스템>에서 '목표 설정은 패배자들이나 하는 짓이다.'라고 강조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목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그 외에도 '성공한 사람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도 목표는 같다'거나 '목표는 행복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목표에 집착하는 게 얼마나 미련한지를 말해준다. 이를 한 구절로 정리하면, 


나는 목표나 꿈이 없다는 이유로 실패한 사업 이야기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네. 그래서 목표와 꿈이 성공의 열쇠라는 말을 무슨 불변의 신조처럼 믿고 따르는 현실이 사실 우습기 짝이 없지. 실제로 목표나 꿈을 갖고 시장에 뛰어들다 보면, 열 번 중 아홉 번은 실패한다네. 비결 치고는 참 어설픈 비결이지. 그렇지 않은가? - <자네, 일은 재미있나? 中


하지만 나는 이런 의미에서 목표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특히, 나는 성공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아직 나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자기 계발이나 '성공 포르노'라고 하는 흐름 전반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 계발은 근본적으로 자기부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목표 없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을 소개하고 싶을 뿐이다. 과거의 나와 같이 목표가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삶을 낭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 행복이라면, '목표가 없을 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느냐.' 나는 이것을 말하고 싶다. 


 그럼 좀 더 현실적인 의미에서 목표를 이야기해 보자. 성공하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단순히 삶을 꾸려가기 위한 커리어나 진로의 세계에서 목표 말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는 또 다른 책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에서 목표가 모든 분야에서 쓸모가 있는 건 아님을 보여준다. 


컨설팅 분야에서는 전략은 뺄셈이라고 말한다. '이상적인 모습'에서 '현재 모습'을 뺀다는 뜻이다. 이 차이를 문제, 즉 해소해야 할 격차라고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일이 전략 수립이다. 이 사고방식은 기업 전략의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오랫동안 커리어론의 세계에서도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

하지만 산업과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던 20세기 후반이라면 몰라도, 현재와 같이 격심하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는 이러한 백캐스팅 사고에 근거한 커리어 설계는 원활하게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 中


야마구치 슈는 여러모로 목표를 먼저 세우고 나아가는 '백캐스팅' 기법이 얼마나 한물간 전략인지 알게 해 주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은 이 책만 읽어도 거의 모든 걸 알 수 있다고 단언하고 싶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다. 그는 말한다. 


직업 선택을 모두 하늘이 내려준 천직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자신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일을 시도하여 자신에게 딱 맞는 일에 정착해야 한다.

거꾸로 말하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다양한 고찰은 이 단순한 주장에 대한 방대한 각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는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된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의 말을 듣다 보면 묵혔던 고민이 모두 풀리는 느낌이 든다. 아주 흐릿하게라도 목표가 있는 사람에게, 용기를 내서 삶을 풀어가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더없이 훌륭한 책이다. 하지만 21살의 내가 이 책을 읽는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는데.'

'다양한 일을 시도하여 자신에게 딱 맞는 일.. 좋은 말이지만 그래서 대체 뭘 해야 하는 거지?' 



바로 이거다. '내용은 너무 좋은데, 그래서 이제 뭘 해야 하지?' 



그의 훌륭한 분석은 모두 지적인 수준에서 완벽하다. 그러나 이를 실천에 옮기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제 뭘 해야 하는가'에 관하여 친절하게 설명했지만, 21살의 나에겐 여전히 어려울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또 다른 저서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그가 인용했듯이,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알고 있는 대로 처신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나는 이것마저 보완하고 싶었다. 21살의 나는 적어도 그의 말을 머리로는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이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사실 내가 목표를 부정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이런저런 이유보다도 목표를 찾는 것부터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널리고 깔린 조언들은 모두 목표를 찾고 있는 사람에겐 너무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나다운 삶을 살아라.' 

그게 뭔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그니까 그게 뭔데.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 

그니까 내가 마음을 먹게 되면 뭘 할 수 있는데. 


분명 우리는 삶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질리도록 들었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이 아니라 돈이 되는 일을 하라고도 들어보았다. 분명 맞는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왜 나는 그것을 실천하지 못했을까?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정말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이 뭔지, 내 정체성이 뭔지, 내 목표가 뭔지, 내 삶의 목적과 의미가 뭔지, 방향성이 뭔지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까? 삶을 낭비하고 몸에 힘을 다 풀어서 바다에 빠져 죽길 기다려야 하는 걸까? 나는 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까? 목표를 찾는 데에 온 힘을 쏟아야 할까? 이미 질리도록 들은 조언을 삶에 쉽게 적용하여 행복해지는 법은 없을까? 목표 없이 행복하게 사는 법은 도저히 없는 걸까? 


아니다. 분명 방법은 존재한다. 심지어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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