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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Mar 25. 2024

쇼펜하우어는 틀렸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인간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추와 같다.' 


이 문장은 "인간은 왜 불행한가?"에 관한 역사상 가장 명확한 분석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는 이 문장을 이렇게 해석한다. 인간은 목표를 욕망한다. 행복은 언제나 목표 끝에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목표를 좇는 자는 불행하다. 막상 목표를 이룬 사람은 권태에 빠진다. 그러므로 불행하다. 우리는 다시 목표 뒤에 있다는 행복을 찾기 위해 목표를 욕망한다. 인간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일까?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이 해석이 맞을까? 나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권태가 '목표 없음'에서 오는 무기력함, 무의욕이라고 받아들인다. 따라서 목표가 없는 인간은 불행하다고 믿게 된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다. 목표가 없는 인간은 행복하며, 인간은 목표가 있는 한 불행하다. 권태는 '목표 없음'의 상태가 아니다. 



그럼 권태가 '목표 없음'이 아니면 뭘까? 바로 <목표 찾기> 목표를 가진 인간이다. 욕망과 권태 사이에 우리가 경험하는 실낱같은 행복을 이해하면 간단하다. 우리는 왜 행복을 느꼈을까? 목표를 이룬 순간 아무런 목표도 없는 '목표 없음'의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목표를 이루면서 동시에 욕망도 잃는다. 그때 우리는 곧바로 권태에 빠지는 게 아니라 목표 없음의 상태, 즉 행복한 상태가 된다. 


행복은 외부의 사람이나 물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나 물건을 욕망하는 생각을 침묵시키는 데서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레스터 레븐슨 



보통의 경우 행복은 아주 잠깐동안만 지속된다. 다른 말로 '목표 없음' 상태의 지속 시간은 짧다. 왜냐하면 우리가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억눌려 있던 다른 욕망들이 다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잠깐 느낀 행복은 모든 욕망이 사라진 게 아니라 욕망이 잠깐 침묵한 데서 온 행복이었다. 아주 사소한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사람이 새로운 핸드폰을 사고 싶어 한다. 약 2달간 신형 핸드폰을 꿈꾸다 결국 구매한다. A는 일주일 정도 행복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점점 뭔가 행복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곧바로 다른 것에 행복이 있다고 믿고 그것을 욕망한다. 



핸드폰 구매와 같은 사소한 일은 권태로 넘어가지 않고 곧바로 행복에서 욕망의 단계로 넘어간다. 하지만 인생의 큰 일, 예컨대 대학교 합격이나 취업과 같은 경우는 어떨까? 



B라는 사람이 6년간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은 행복했다. 머릿속에 로망밖에 없다. 그리고 막상 입학하자마자 행복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내가 이룬 목표가 내 평생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앞으로 또 노력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대학 합격 이후에 계획이 있는 사람은, 예를 들어 고시나 취업 등, 바로 그다음 목표를 욕망한다. 그리고 다음 계획이 없는 사람은 무한한 권태와 공허함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어디에 행복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B는 다음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권태에 빠진다. 



권태란 '목표 찾기' 목표를 욕망하는 상태다. 이들은 목표를 찾고 있다. 분명 행복이 목표라는 곳에 있다고 확신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찾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매사에 무기력하고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 목표 찾기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의욕이 생길 리가 없다. 왜냐하면 행복이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인생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 



목표가 명확한 사람은 욕망하고, 목표 찾기가 목표인 사람은 권태롭다. 인간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추와 같은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목표에 갇혀 있는 한 인간은 불행하다. 인간은 목표와 목표 사이를 오가는 추와 같다. 유일한 해결책은 '목표 없음'이다. 



목표란 "행복이 바깥에 있다고 믿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목표 없음'이란 행복이 바깥이 아닌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의 유일한 목표는 목표 없음이다. 우린 절대 목표가 없어서 불행한 게 아니다. 목표가 없어서 권태로운 게 아니다. 목표가 있기 때문에 권태롭고 불행하다. 목표가 없을 때만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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