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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Apr 08. 2024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어떻게 되는가?

"어느 길로 가야 할까요?"


"어디로 가는데?"


"몰라요."


"그럼 아무 길로나 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어느 길로 가도 마찬가지야."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中



삶은 이토록 단순하다. 뭘 해야 할지 모르면 사실 아무 길로나 가면 된다. 목표는 필요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러지 못할까? 희망적인 이야기부터 하자면, 이렇게 살면 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을 수도 있다. 


'어 그러네? 왜 아무 길로나 갈 생각을 못했지?'


만약, 정말 만약, 이렇게라도 용감한 생각을 해냈다면, 애초에 이 사람은 아무 길이나 걷고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즉, 대부분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목표를 찾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런 걱정에 빠진다. 


'그러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떡하나요?'


이에 관련해서 상대가 어떤 질문을 하든, 지적이고 훌륭한 답변을 줄 수 있다. 한 영적 스승의 말을 들어 보자. 


나는 내면의 목소리가 그대를 항상 올바른 곳으로 이끌 거라고 약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여러 번 그대를 그릇된 곳으로 이끌 것이다. 올바른 문에 도달하려면 사람은 우선 틀린 문을 여러 번 두드려봐야 하기 때문이다. 삶은 원래 그런 것이다. 갑자기 올바른 문에 도달해버리면, 그대는 그것이 올바른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합산해보면, 그 어떤 노력도 낭비되는 일은 없다. 모든 노력은 그대의 성장이 궁극적인 정점에 도달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잘못될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주저하거나 걱정하지 말라.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르면 안 된다고 배워왔기 때문에 잘못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해 너무 많이 주저하고 두려워하며 소스라치게 놀란다. 결국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정체되고 만다.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말로 잘못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
- osho


누군가 물었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떡하나요?' 하지만 이 질문을 한 사람은 잘못된 게 뭔지 조차 모른다. 가봐야 안다. 놀랍게도 그들은 올바른 길에 들어서도 올바른 지조차 모를 것이다. 그러니 정말로 아무 길로나 가도 좋다. 


이제 지적인 무장은 끝났다. 이렇게 알려준다고 아무 길로 갈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럼 왜 우리는 그냥 가지 않을까? 


미지의 세계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타 다른 자기계발서들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라', '두려움은 사실 좋은 신호다'라는 말들로 당신의 정신을 무장시켜 준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보자. 과연 이 글만 읽고 정신이 무장되어서 미지의 세계로 갈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두려움이 없는 상태에서 그런 글을 읽었을 뿐이다. 절대 지적인 수준에서 설득해 봤자 상대를 움직일 수는 없다. 



목표가 얼마나 쓸모없는지는 지난 글에서 설명했다. 우리는 목표 없이 나아갈 때 더 나답고 강해진다. 하지만 누구나 목표 없이, 즉 이정표 없이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가 목표 없이 가지 못하는 이유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그뿐일까? 허무함, 공허함, 귀찮음, 하기 싫음, 분노 등등의 수많은 감정에도 압도당하고 있다. 내면이 이끄는 대로 나아간다는 게 이처럼 적당한 용기를 요하는 일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끝이 아니다. 이런 부정적 감정들이 만든 유해한 습관들(유튜브, 폭식, 폭음 등등)은 우리를 더욱 깊은 늪에 박아놓는다. '내일부터 열심히 살아야지'하면서도 이미 깊게 박힌 습관들이 핸드폰을 보게 만든다. 따라서 용기뿐만 아니라 기존의 습관들을 모두 허물어버릴 수 있는 지혜마저 필요하다. 이게 좀처럼 쉽지 않다. 삶은 단순하지만, 나라는 인간은 복잡하다. 


놀라운 사실, 이게 다가 아니다. 맨 처음 소개한 대화 끝에 고양이가 덧붙이는 말이 있다. 


"네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넌 어디도 가지 못할 테니까." 


이 말, 우리 사회가 사실상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 유명한 말은 뭐가 있을까?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당신은 결국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된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깊게 생각해 보자.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될까?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은 일단 '가고 싶지 않은 곳'을 알 리가 없다. 따라서 이 문장이 말하는 바는 무엇인가? 목표는 정해져 있지만, 내가 잘 가고 있는지 계산하고 추적하고 있지 않은 사람, 말 그대로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사람은 목표하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 말은 사실 사람보다는 목표를 명확히 잡고 일을 해나가는 '탑다운형 일처리 방식' 기업에게 아주 쓰기 좋은 말이다. 


하지만 지난 글에서 말했듯 이 문장을 자꾸만 사람과 인생에 가져다 쓰면서 문제가 생긴다. 정말 삶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면 어디도 가지 못할까?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결국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될까? 잠깐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받아들이고 있는 유명한 말들은 모두 철 지난 조언임이 밝혀진다. 기업에서 쓰인 전략을 자꾸만 인생에 적용했던, 그런데 그게 신통방통하게 시대와 맞아떨어져서 먹혔던 20세기식 성공 전략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런 철 지난 조언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 길로나 가는 것을 막는다. '그렇게 살면 안 돼.'라며 주변에서 자꾸만 압력을 넣는다. 따라서 아무 길로나 가려면 대단한 용기, 습관을 뿌리칠 지혜,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짜 진리를 버릴 더 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만 갖추면 아무 길로나 갈 수 있다. 



라고 말하면 여타 다른 자기계발서와 다를 게 하나 없다. 또다시 지적인 수준에서 해결책을 주는 꼴이 된다. 애쓰는 길로 돌아간다. 알다시피 이 방법은 느리고 실현불가능하다. 이런 지혜와 용기를 언제 다 얻겠는가?


이미 부정적 감정이 압도당한 상태에서 남들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그걸 인생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시 강조해서 말하지만 누가 말만 해줘도 생길 용기였으면 애초에 이미 용기가 흘러넘치는 사람이다. 


다행히도 더 쉽고 빠르게 용기와 지혜를 얻는 방법이 있다. 바로 감정으로 바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감정에 대해 이해한다면 우리는 사실상 삶을 이해하는 것과 다름없다. 감정에 대해 공부해서 목표 없이 사는 법을 배워보자. 아니, 정정하자면 감정에 대해 아는 것이 바로 목표 없이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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