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고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by 보로미의 김정훈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문득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생각을 마치고 나니, 어린 내가 눈앞을 스쳐갔습니다. 근심 걱정이 많은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 내가 길을 돌아와 제 손을 붙잡고 물어봤습니다.

혹시 왜 살고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바로 얼마 전, 가을에 있었던 일입니다. 한 취업준비생이 제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공허함으로 힘들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분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삶에 대한 회의가 느껴집니다. 과거엔 큰돈을 벌고 싶어서 고시준비를 했었는데, 힘든 생활을 극복하지 못했고 약 5년간 방황했습니다. …” 라며, 일면식도 없는 내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던 나는 고작 2 문장으로 온 메일에 32줄이 넘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분이 2 문장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요. 자기도 왜 힘든지 모르는 겁니다. 분명히 힘든데, 너무 힘들어서 울음이 쏟아지는데 왜 힘든지 몰라서 죽어버릴 거 같은 심정일 겁니다.

이 메일을 보고 참 용기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나는요, 나에게 이렇게 물어봤던 거 같아요.

내가 사는 이유가 뭘까.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는데, 다 의미 없어.

살아보고 싶다고 손 들어서 얻은 기회도 아닌데,

뭐가 그리 심각하게 인상 찌푸리고 남들을 이겨보려고 씩씩대며 살았는지.

사람들은 왜 열심히 살까. 뭐가 그렇게 급하고 중요하길래.

악착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대체 뭐가 당신을 그렇게 살게 만드냐고. 아무나 붙잡고 아이처럼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도저히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제발 나에게 당신은 왜 사는지 알려달라고 말이죠. 그런데 용기가 없어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힘들어했던 이때의 경험은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내가 살게 하는 이유가 됐습니다. 길을 걷다가 어떤 용기 있는 친구가 제 손을 붙잡고 왜 사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제 삶의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선생님. 너무 빨리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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