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비교하지 않고도 충분히 힘들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by 새까만 오른발 Jan 26. 2025

  내가 하는 SNS는 카카오톡과 브런치가 전부다. 카카오톡은 일과 사람 때문에 문자의 연장선이다. 내 휴대폰의 가장 큰 존재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브런치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내가 보고 싶은 이야기만 볼 수 있다. 광고글이 부쩍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적당히 걸러서 볼 수 있다. 


  비교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비교당하며 살고 싶지 않다. 비교밖에 할 수 없는 머리 구조를 만들지 않고 싶다. 잘 안된다. 기사를 읽는 것은 간접적인 sns활동 같다. 지난밤 sns에서 조회가 많이 된 포스팅은 곧 기사가 되어 이야기는 확장된다. 누구는 성과급을 몇 천만 원이 입금된 계좌를 인증하며 인생 달달하다며 짧게 포스팅을 했다. 이윽고 그 포스팅은 기사화가 되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나이가 들수록 돈을 더 갈구하게 된다. 그렇지만 돈만 바라보며 살고 싶지 않다. 인생에 돈 말고 다른 가치를 더욱 찾아가는 내가 되고 싶다. 솔직히 얘기하면 내가 그런 돈을 벌 능력과 자신이 없다. 열심히 살 용기가 없다. 돈을 잘 버는 것이 곧 열심히 사는 건 아니지 않나? 그렇지만 돈 많은 사람은 부럽다. 


  구조가 잘못된 것부터 파고들면 나는 소설 '아홉 살 인생'에 등장인물은 '방구석 철학자'가 된다. 그저 세상 탓만 하다가 혼자 목매달고 죽는다. 그렇게 스스로 스트레스의 감옥에 가둘 필요는 없다. 이러한 내 괴리와 속물근성과 재물에 대한 집착을 한결 내려놓을 수 있게 만들어준 영화가 최근에 본 '퍼펙트 데이즈'다.


  비교하지 않아도 내 하루는 시작되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눈앞에 있고 그 일을 하다 보면 문득 행복은 항상 내 옆에 있음을 깨닫는다. 특히 혼자 일 때 느끼는 그 행복. 그 작은 행복을 찾는 방법을 이 영화를 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내가 출근길에 밖에 나서 하늘을 보며 웃던 적이 있던가. 그런 정말 기본적인 행복을 찾으려면 가만히 입을 닫고 지금 내 주변의 대기의 흐름부터 느껴야 할 것 같다. 영화 속 주인공은 차분하고 정돈된 마음으로 삶을 살아간다. 그 영화를 본 지 2주 정도 지나간다. 영화의 감동이 승화될 때까지 그 주인공처럼 생활의 기조를 바꾸고 있다. 내 하루에 주어진 일의 경중을 떠나 충실히 이행하고 그 시간의 보상을 퇴근 후 나 혼자만의 시간 동안 채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퇴근 후 열쇠꾸러미와 차키 등을 현관문 옆 찬장에 두는 의식을 통해 사회와 나 혼자 사는 가정의 단절을 둔다. 나도 따라 해보고 있다. 휴대폰과 차키, 지갑 등을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며 둔다. 그리고 세탁기로 곧장 걸어가 속옷까지 다 벗어던져놓고 샤워를 한 후 나 혼자 있는 집에서 고요한 축복을 즐긴다. 이 편안함이 얼마나 소중한 줄 최근에야 다시 깨달았다. 그 편안함은 내가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이 에너지는 다시 내가 사회로 나가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 순환이 습관화되면 삶이 좀 더 재미날 것 같다. 


  러닝을 하면서 나는 대회는 나가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했다. 비교하지 않고 내가 딛는 발걸음 하나하나 속에 집중하면서 그 하루 동안 내 습관으로 자리 잡은 러닝 자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내 몸은 충분히 무리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대회에 대한 욕심과 계획과 목표가 우선시되면 나는 회복하기 힘든 무리를 한다. 내 러닝 인생을 길게 볼 때 결코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나 스스로 수상은 매일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하기로 했다. 


  이 사회에 살면서 늘 비교를 당한다. 내가 우위에 선 적보다는 내가 아래에, 기저에 깔린 경험이 많다. 내 현재 위치도 그렇다. 아니면 내가 늘 내 위만 바라봐서 그런 걸까. 모르겠다. 모르겠으니 비교하고 싶지 않고 당하고도 싶지 않다. 그러나 인정할 건 인정하고 그저 살아가는 것이 한 단계 높은 삶의 방식이라는 걸 영화와 삶을 통해 조금씩 배우고 습관화하고 있다. 다만 선하고 친절하고 죄짓지 않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조선소 뜀박질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