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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Jul 10. 2022

꿈속에서

Karu's Novel C-2

  "벌써 어두워졌네."

  "그러게."


  저녁을 먹고 분수 광장에 모였다.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가로등도 많이 없던 탓에 안경에 먹물을 칠한 듯이 어두웠다. 벌써 여자애들은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친구들의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다. 네가 이런 모습이었구나. 인간적이다고 해야 할까. 코로나는 그동안 우리의 많은 것들을 앗아갔다. 적어도 지금은, 너희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서 좋다.


  "1500원입니다."

  "여기요."

  "앞쪽 리더기에 꽂아주세요."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빼빼로를 사 왔다. 내가 먹으려고 산 건 아니고, 너에게 주고 싶었다.

괜스레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


  "지민아, 이거 받아."

  "어...?"


  너는 살짝 당황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쑥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달빛에 비친 너의 머리카락은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너의 투명한 눈동자, 살짝 붉어진 뺨, 하얀 목선까지. 너의 모든 게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나를 멀뚱히 바라보면서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너의 미소가 사랑스럽다. 네가 이렇게 예뻤구나. 난 분명 널 좋아하고 있었다.


  "지민아, 뭐해? 가자!"

  "어...! 잠시만..."


  내가 살짝 웃었다.


  "바쁜가 보네. 어서 가."

  "어... 알겠어.."


  지민이가 가다 말고 내 쪽을 돌아봤다.


  "고마워!"  


  손을 크게 흔든다. 멀어져 가는 지민이를 멍때리듯 쳐다보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 ㅋㅋㅋㅋㅋㅋ 뭐함?


  유나에게서 온 DM이었다.


-...?

- 아니 너 아까 계속 지민이 쳐다보더라.

  걔한테 관심 있냐?'

- 글쎄

- 잘 알겠어! 전해줄게 ^_^

- 야.

- ㅋㅋㅋㅋㅋㅋㅋ장난이고


  ... 지루한 대화가 이어져갔다. 어느 순간 유나가 더 이상 DM을 읽지 않았다.


  '왜 갑자기 안...'


  "야!"

  "아 깜짝이야.. 너 뭐야?"

  "아니 나도 그냥 이 근처 돌아다니고 있었지."


  누군가 불러서 뒤를 돌아봤는데, 유나였다.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잠깐 동안 수다를 떨다가, 유나는 다시 출발했다. 끝까지 날 놀렸다.


  "그럼 난 간다, 둘이 잘해봐!"

  "저게..."


  아무도 없는 한적한 길을 걸어 다녔다. 가끔씩 즐기는 나만의 고독이 좋다.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건너편 광장에서는 여전히 애들끼리 시끄럽게 놀고 있었다. 날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저기..."

  "... 네?"

  "아, 나야."

  "아... 지민이구나."

  "응..."


  지민이가 날 뒤에서 불렀다. 가로등 불빛에 네가 더 자세히 보인다. 아까보다 머리는 좀 더 엉켜있었다. 밤하늘을 보는 것처럼 까맣고 긴 너의 머리카락을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밤의 시원한 공기가 달아오른 나를 조금씩 식혀준다.


  "아깐 고마웠어, 여기 이거.. 너 먹으라고 갖고 왔어."

  "어...."


  귀엽게 생긴 막대과자다. 너의 표정을 쓱 훑어봤다. 아까보다 강한 빛에 너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면서 달려왔는지, 조금 가쁜 듯한 호흡에 맞춰 너의 볼이 조금씩 떨린다. 160 초반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적당한 키. 이 키 차이에서 바라보는 너의 모습만으로도 설렌다. 분명 난 너에게 반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두근거리고 있겠지.


  심장 소리가 조금씩 빨라지는 게 느껴진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지만, 네가 이 소리를 들을까봐 조금 불안하다. 덥다. 밤 공기가 식혀 주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덥다.


  "고마워."


  지민이 손에 들린 과자를 잡았다. 가녀린 손목에서 반짝거리는 로즈골드 색 팔찌가 돋보인다. 손을 떼려고 하니 지민이가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난 다시 지민이를 쳐다봤다.


  눈이 이전보다 순해져 있었다. 조금 짜릿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까는 공기가 차가웠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이대로 너와 함께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내 외침을 모르는 시계는 그저 흘러가고만 있었다. 그래도, 괜찮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너와 있는 게 더욱 값진 일이니까.


  지민이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볼은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멀리 유나가 보이긴 하는데, 못 본 척했다. 지금은 너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과 더 함께 하고 싶으니까.


  "지민아."

  "..."


  지민이가 아무 말 없이 다가오더니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도 말없이 지민이를 껴안았다. 커다란 곰인형을 껴안는 기분이 든다. 따뜻했다. 장미향 비슷한 향이 퍼진다. 지민이를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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