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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껌 Jul 12. 2023

18. 마차는 다시 호박으로


 밤이 되면 잔다. 아침이 되면 일어나서 비요뜨를 먹는다. 글 한 두 편을 쓰고 밤이 되면 잔다. 이렇게 삿포로에서 돌아온 지 열흘이 흘렀고, 지금 난 이번 홋카이도 여행을 정리하는 마지막 글을 쓰고 있다. 돌아온 집은 내가 부재했던 흔적이 전혀 없고 그저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있었다. 나 또한 마치 잠시 산책을 다녀온 것처럼 집이 낯설지 않고 원래부터 여기에 쭉 있었던 것 같았다. 오히려 홋카이도에 다녀왔던 기억이 낯설어 생생히 기억이 나지만 멀게 느껴졌다. 막 자다 깨서 기억나는 꿈같은 느낌.     


 여행은 분명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여행을 가면 내가 더 성실해지고, 더 계획적이고, 더 적극적이고, 더 들뜨게 되는 그런. 누가 시키지 않아도 7시, 8시에 알아서 일어나고, 어디를 갈지, 뭘 먹을지 열심히 찾고, 모르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내일은 뭘 하지?’라는 즐거운 고민을 하며 잠드는 그런 마법 같은 시간이 지나면 반복되는 일상으로 돌아와 ‘다 한낱 꿈이었군’이라는 허무에 빠지기도 한다.      


 꿈이든 현실이든 이번 여행을 통해 ‘더 이상 시간을 흘려버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으므로, 나는 나의 호박을 소중히 해 보기로 한다. 언젠가 또 마차로 변하는 마법을 기대하며. 마차가 되지 않더라도 호박 나름의 쓰임에 충실하기로.             



사진   

https://www.quora.com/What-fruit-or-vegetable-was-originally-used-for-Cinderella-s-magic-coach-The-story-predates-the-discovery-of-pumpkins-in-the-New-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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