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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서울 이곳은, 로이킴 / 응답하라 1994 OST

by 설애

자의로든, 타의로든 팀을 이동하게 된 적이 있다. 크고 작은 조직 개편이나 프로젝트가 끝나서, 회사의 청사진의 변경 등의 여러 타의적인 이유로 개인의 조직 이동이 잦은 회사다. 그중 한 곳에서 나는 적응을 못한 적도 있다. 그때에 이 노래를 계속 들었다. 그리고 자의로, 다시 팀을 옮겼다.




회사에는 여러 업무가 있고, 여러 팀이 있으므로 큰 회사에서 사람은 부품처럼 여겨진다. 잘 맞는 부품을 넣어 잘 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런데 종종 부품이 미묘하게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규격 밖의 부품이 아닌 정품인데도.


그런 경우는 맡은 일과 일하는 방식이 맞지 않을 때, 발생한다. 내향형 사람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거나, 외향형 사람이 하루 종일 한 마디도 못 하는 업무를 맡을 때, 꼼꼼하게 해야 하는 자잘한 많은 업무를 큰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맡을 때, 느긋한 사람이 빨리빨리 쳐내야 할 때, 계획형의 사람이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업무를 막을 때 미묘한 어긋남이 발생한다. 업무와 사람이 맞지 않는 것이지, 일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다. 본인 스스로 일을 못 하는 것과 맞지 않음을 잘 판단해야 한다.


추가로 사람과 사람이 맞지 않는 경우, 특히 팀장과 팀원이 맞지 않는 경우는 두 사람 모두 힘들다. 한 사람이 떠나야 해결되는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낮은 직급에서 그만두거나 이동한다. 종종 이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있는데, 조금만 넓은 시각으로 보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깝다.




나는 자율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편이어서, 업무를 판에 박힌 듯 찍어내는 일을 못 했다. 그냥 하면 되는 일이 내게 오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빨리 할 수 있는지, 다른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일인지를 고민했다. 그러니 협업하는 입장에서는 나는 꼬치꼬치 따지는 사람이고, 말을 안 듣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결국 업무를 이기지 못하고 팀을 옮겼다.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업무로.


석사까지 공부한 나는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기획을 거쳐 다시 연구원으로, 지금은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회사에서 권장하는 공부는 열심히 했고, 성적은 좋았으나 그것은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내 욕심을 채웠을 뿐, 우수한 고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 시절의 팀이 아니라, 회사와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 그럭저럭 누구에게도 부딪히지 않으며 업무를 하는 나는, 점점 모가 사라져 공처럼 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따지는 사람으로

나는 회사를 (굴러) 다니고 있다.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처음으로 난 돌아가야겠어
힘든 건 모두가 다를 게 없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뿐이야
약한 모습 보여서 미안해



[노래 들어보기]

https://youtu.be/y6gMF4sx6mI?si=hpqmk-f609Xj-7Qo


[가사 전문]

서울 이곳은


김순곤 작사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외로움에 길들여진 후로
차라리 혼자가 마음 편한 것을
어쩌면 너는 아직도 이해 못 하지
내가 너를 모르는 것처럼

언제나 선택이란 둘 중에 하나
연인 또는 타인 뿐인 걸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나의 슬픔을
무심하게 바라만 보는 너

처음으로 난 돌아가야겠어
힘든 건 모두가 다를 게 없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뿐이야
약한 모습 보여서 미안해

하지만 언젠가는 돌아올 거야
휴식이란 그런 거니까
내 마음이 넓어지고 자유로워져
너를 다시 만나면 좋을 거야
처음으로 난 돌아가야겠어
힘든 건 모두가 다를 게 없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뿐이야
약한 모습 보여서 미안해

약한 모습 보여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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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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