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첫사랑의 추억, 슬픔

이 밤이 깊어가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by 설애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부터 좋아하던 남학생이 있었다.

첫사랑이었다.

친구들이 서로의 마음을 전달해 주어서 오랜 시간 짝사랑이 끝나고 사귀었다. 중 3 때의 일이다. 문 앞에 클로버 꽃을 엮어 걸어놓고 가기도 하고, 고입 준비를 하며 서로 격려해주기도 했다.

헤어지자고 한 것은, 나였다.

고등학교를 가면서 나는 우리 집이 얼마나 가난한지 깨달았다. 만날 여유도 없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웃으며 다시 만나자고 인사하고 왔건만, 고등학교를 같은 지역으로 왔건만, 나는 헤어지자고 했다.

그 애는, 이유를 모른다.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다시 웃으며 만날 자신이 없었다. 그 애의 소식은 그 애와 같이 고등학교를 진학한 친구를 통해 종종 전해 들었다.

나의 첫사랑은, 끝났다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가정은 해본 적이 없다. 그때의 나는, 헤어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여력이 없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금전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나는 여유가 없었다.


중3

나의 중3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남동생과 둘이서 방 두 칸짜리 집에서 살았다. 바로 옆집은 술집, 그 옆은 경찰서였다. 반대편 옆은 교회였다. 아버지가 경찰서 때문에 그 집을 선택했는지, 교회여서 선택했는지, 그냥 싸서 선택했는지는 모르지만, 밤이 되면 술집의 소음이 넘어왔다.

어머니는 소식을 몰랐고,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 돈을 보내주고 가끔 집으로 오셨다. 하지만 오지 않는 것이 더 좋았다.


그 중3

어두운 방구석에서 나는 이 노래를 들었다.

두려움, 슬픔, 절망, 그 방에서는 내가 푹 꺼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필이면 소풍날,

처음 싸보는 김밥을 싸놓고 몸살이 나서 결석했다.

몸이 아픈지 마음이 아픈지도 구분할 수 없었다.

그 아픈 밤에도 이 노래를 들었다.

이 노래는 내 슬픔이다.


이 밤이 깊어 가지만
지금 전화를 걸어
너를 볼 수 있을까?
두려워


[노래 들어보기]

https://youtu.be/__SXVP2GmvM?si=IX0epP2hPPSPXION


[가사 전문]

이 밤이 깊어가지만


양현석


옛 생각에 카페 문을 열고
지난 추억을 기억하려 했지
부드러운 음악 소리마저
내 마음을 아프게 해
비마저 내린 그날을 생각하네
내 욕심과 자만에 슬픈 너의 표정 hah
텅 빈 카페에 홀로 기대어
나도 모르는 눈물을 흘리네
난 두 눈을 꼭 감고 있지만
너의 모습이 있을 뿐
이 밤이 깊어 가지만
지금 전화를 걸어
너를 볼 수 있을까?
두려워
넌 지금도 울고 있을 거야
이슬비처럼 여린 너의 마음
그대 제발 슬퍼하지 말아요
너의 마음을 알아요
비마저 내린 그날을 생각하네
내 욕심과 자만에 슬픈 너의 표정 hah
허전한 마음을 감추며
비 내리는 이 밤을 걸어가네
내가 본 창백한 그 얼굴
그것이 마지막일까?
이 밤이 깊어 가지만
지금 전화를 걸어
너를 볼 수 있을까?
다시 만나고 싶어
이 밤이 깊어 가지만
지금 전화를 걸어
너를 볼 수 있을까?
두려워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9화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