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니(YANNI)
중학생 때 야니를 좋아하는 친구가 소개해주어 나도 야니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때 보고 들었던 아크로폴리스 콘서트는 내가 처음으로 접한 콘서트였다. 이후 기회만 되면 콘서트를 다녔는데, 콘서트에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항상 가고 싶어 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런 마음을 바탕으로 올 3월에는 딸과 딸의 친구를 제이홉(BTS)의 콘서트에 데려다 주기도 했다. (표는 용돈을 모아서 샀다. 그러라고 준 용돈이므로, 모아서 원하는 일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제이홉 콘서트 표 가격을 모른다.)
야니의 음악은 정의되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 기악(contemporary instrumental music)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고 한다. 야니의 콘서트 실황 영상은 친구에게 속했지만, 나는 야니의 테이프를 사서 음악을 들었다. 항상 떠오르는 것은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에서 연주하는 긴 머리의 야니였다.
이 음악은 내게 또 다른 음악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가사가 없는 음악의 세계였다.
그 가사가 없는 음악의 세계는 내가 그토록 좋아하게 된 파헬벨의 캐논으로, 바흐로, 베토벤으로, 임동창으로, 유키 구라모토로, 히사이시 조로, 드뷔시로, 끝없이 이어졌다.
가끔 가사가 없는 음악이 주는 위로에 나는 마음이 다시 풀어지고 노곤해지곤 했다.
고등학교 때, 나와 같이 넥스트를 좋아하던 친구는 락을 듣고 나면 항상 바흐로 귀를 달랬다. 그 습관이 나에게도 전해져 나도 귀를 혹사시킨 후에는 바흐를 들었다. 바흐는 귀를 쉬게 하는 음악일 뿐 가려듣지 않는 이유이다.
중학교 은사님은 고등학교 때 내게 장사익을 소개해주었다. 장사익에서 임동창으로 인연이 이어졌으며, 임동창의 피아노는 신나고 역동적인 새로운 피아노의 세계였다. 고등학교 자습시간에 나는 임동창을 들으며 공부했다.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 유선 이어폰을 옷 안으로 넣어 선을 숨기고 긴 머리로 이어폰을 꽂은 귀를 가리고, 넥스트와 바흐와 임동창과 블랙홀 등을 번갈아가며 들었다.
노래는 가사에 곡조를 붙여 사람의 목소리로 부를 수 있게 만든 형식의 음악. 또는, 그런 형식의 음악을 사람이 목소리로 부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야니의 음악은 노래는 아니지만, 추석 연휴에 쉬어가는 의미로 야니의 콘서트를 소환해 본다.
[음악 들어보기]
https://youtu.be/0Bibakst1H0?si=tCk0vP70xtfyyR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