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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꽃다지 vs 안치환

by 설애

중학교 1학년 국어선생님은 우리 나이의 딱 3배, 전교조로 인해 오래 교단을 떠났다가 1994년 복귀하셨다. 아직도 미혼이시지만, 그 시골에 머리가 짧고 멋있고 열정적인 국어선생님은 우리뿐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국어 시험 마지막 문제. 90년 중반의 시골 아이의 상상력으로는 맞춘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나도 틀렸다.

답 아시는 분은 댓글 주시길.

* 18일 선생님의 출판기념회가 있습니다.
첫 번째 정답자와 창의적인 오답자 한 분(총 2분, ~19일까지)께 선생님 책을 선물로 드릴게요.

국내 문학 기행 [낯선 익숙함을 찾아서] 해외 편으로
해외 문학 기행에 관한 책입니다.

영식이는 일하시는 아버지를 도와 손수레를 뒤에서 밀다가 넘어져서 크게 다쳤다. 그래서 아버지와 병원에 갔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서 오시더니,
"우리 아들 영식아."
라고 외친다. 의사 선생님과 영식이의 관계는?


국어 선생님은, 자신의 이름으로 부르길 원하셨으므로 우리는 '명희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신문을 이용한 수업, 시를 제대로 읽는 수업, 역사 공부, 뜯어서 읽기 등 교과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범위가 넓은 수업을 나는 쭉쭉 빨아들였다. 그 수업에서 시작된 독서노트는 그 해에만 4권으로 숨 쉬듯 책 읽고 글을 썼다. 그때는 내 모든 것이 제자리였던 시간이었다. 뒤돌아보면 소중한 시간이었다.




명희 선생님은 방학 때 여행을 가시면 엽서를 보내주셨고, 나와 친구들을 선생님의 애마 붕붕이에 태워 같이 가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갈 때도, 가서도, 대학교에서도, 결혼해서도 선생님은 나를 아껴주셨다. 내게는 엄마의 부재가 선생님의 존재로 대체되는 순간도 없지 않았다. 책을 쓰시면 싸인해서 보내주셨고, 나는 희 선생님 책에 나온 사진을 그려 퇴직 선물로 드렸다.


설애 그림, 최참판댁에서 보는 풍경


명희 선생님께 노래를 배웠는데, 노찾사, 꽃다지의 노래도 그때 접하게 되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안치환 님이 부른 것이 유명하지만, 꽃다지의 노래다. 중학생 때 접한 이 노래들은 대중가요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힘차고, 인간에게 가까우며, 때로 슬프다.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이 노래를 들었다. 근로기준법을 위해 분신자살한 전태일의 일생을 따라가며, 충격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 사는 생도 있구나. 우리나라의 근대화의 그늘은 이토록 깊구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전태일뿐 아니라, 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삶은 조금 밝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명희 선생님 덕분에 내 삶은 풍요롭고 따뜻했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노래 들어 보기]


1. 1997년 꽃다지 원곡 (안치환 작곡)


https://youtu.be/cfvNVkcCcLI?si=SqBVMr6kXuDwE77O



2. 1998년 안치환 리메이크

https://youtu.be/MQ_GVehsojo?si=Xp1pgwpEptyn2oYd

[가사 전문]

정지원 시 / 안치환 리메이크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아픔에(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샌가(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씨를 심고(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사람이(그대가)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리들(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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