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짧은 문장
묘비명: 나의 죽음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내가 어떻게 죽을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내일이 없을 것이라고 상상한 적이 있는가?
누군가의 부고를 받은 적이 있는가?
누군가 떠난 후의 인생을 생각한 적이 있는가?
혹은, 누군가의 죽음을 바란 적이 있는가?
죽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죽은 뒤에 어떻게 기억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죽음이라는 단어는 무겁고 거대하고 깊고 어둡다.
죽음은 인생의 짙은 그림자이며, 인생의 끝으로 정해진 결말이다. 정해진 결말이지만, 시기를 미리 알 수 없다는 점이 우리로 하여금 죽음을 잊도록 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죽음의 중요한 특징이자, 삶의 부조리, 모순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는 시한부 주인공이 병사(病死)가 아닌 다른 방식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미리 죽음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삶에 대한 슬픔과 죽음이 가지는 돌연성을 잘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묘비명이란 인생과 죽음을 표현하는 문장이다.
죽은 후에는 장례가 치러지고, 그 장례 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 방식은 자연 친화적이거나 아니거나, 누군가에게 익숙하거나 낯설거나, 길거나 짧을 것이다. 묘비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내가 쓰고자 하는 묘비명은 진짜 묘비명이기도 하지만, 죽음에 맞서는 나의 문장이기도, 인생을 대표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묘비명은 길기도 짧기도, 유머스럽기도 진지하기도 하다. 그런 묘비명 하나하나가 분명 누군가의 인생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나는 죽음을 대신하여 묘비명에 대해 논하기로 한다. 그리고 아직 정하지 않은 나의 묘비명을 고민하기로 한다.
묘비명으로 삶을 다시 본다.
다양한 묘비명을 모아보았다. 다양한 문장들 속에서 그들의 인생을 다시 보고, 그들이 후회했던 것들은 짚어본다. 그래서 결국 아직 오지 않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그 앞에 선 내 인생을 다시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길을 그대들과 같이 가고 싶다.
혼자는 조금 무서울지도,
쓸쓸할지도 모르니,
같이 가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