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Frank Sinatra
무덤까지 가져갈 노래, 신해철의 묘비명은 노래다.
신해철이 원했던 노래는 <민물장어의 꿈>이다.
"제가 만일 죽은 다음에, 노래비 혹은 노래 가사를 새길수 있을 정도의 묘비가 제 무덤에 세워지게 된다면 (중략) 거기에 새겨지는 노래는 이 노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신해철(1968-2014)은 이렇게 말했다. 가사를 보면 인생을 돌아보는 중년의 남자가 있고, 그 남자가 겪는 두려움, 꿈, 희망이 섞여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죽음을 암시하는 것처럼 긴 여행을 끝내리라는 가사가 있다. <마지막 민물장어의 꿈 2018>에서 노래를 부르기 전에 말하는 것이 녹음되어 들어보면, 다른 사람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악기가 없이 목소리만 있는 그 노래는 가사가 더 잘 들리고, 관객과 같이 부를 때는 마음이 찌르르 슬퍼진다. 어떤 사람의 삶에서 진실한 순간을 뽑아낼 수 있다면, 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일 것이라고 느껴지는 노래다.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민물장어의 꿈> 중에서
<마지막 민물장어의 꿈 2018> 들어보기
https://youtu.be/Ww0yyA6vdnY?si=Tq-F-j2vCP9e5Tpx
그의 묘비에 새겨진 노래는 <Here, I stand for you>이다.
유족들이 <민물장어의 꿈>은 너무 슬퍼서 차마 새길 수 없었다고 한다. 신해철은 "나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뜨지 않은 어려운 노래다. 이 곡은 내가 죽으면 뜰 것이다.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곡이다."라고 말했고, 그의 사후에 <민물장어의 꿈>은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유해를 안치할 때 이 노래를 불렀다.
어떤 노래이든, 신해철의 노래가 그의 무덤에서 묘비명이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의 노래는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것이니까. 그리고 그를 찾아가는 입장에서, <Here, I stand for you>는 그가 기다리고 있는 듯한 묘비명이기도 하다. 남은 자에게 필요한 묘비명이다.
등불을 들고 여기서 있을께
먼 곳에서라도 나를 찾아와
<Here, I stand for you> 가사 중에서
한 남자의 인생, My way
Frank Sinatra(1915-1998)의 대표곡은 <My way>이다. <민물장어의 꿈>과 같이 중년의 남자가 그의 인생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고백을 담고 있는 곡이다. 이 노래는 내가 연구원이었던 시절, 연구소장님이 멋지게 부르던 곡이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꽃길만 걸을 수는 없다. 인생의 굴곡을 겪으며, 살아내며, 그리고 돌아보며 부를 수 있는 노래. 특히 남자가 부를 때, 멋있는 노래다.
Frank Sinatra의 묘비명이다.
언제나 최고의 순간을 위해 노력하는 인생이며, 아직도 최고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의 복잡하고 화려한 인생에서 아직도 오지 않은 최고의 순간을 지금은 찾았을까......
The best is yet to come.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죽음을 넘어서 지속되는 그 무엇은 가수에게는 노래, 시인에게는 시, 작가에게는 책일 것이다. 그것을 쓰는 순간이나, 부르는 순간, 그 어떤 순간은 분명 최고의 순간일 수 있다.
무덤까지 가져갈 노래, 혹은 시는 무엇일까?
나의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아직 오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