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스탕달, 아서 코난 도일 경
글을 쓰는 사람, 작가의 묘비명은 특별할까?
쓰는 이의 고통
이외수(1946-2022) 작가는 생전에 ‘걸판지게 살다 간다’라고 묘비명을 이야기했으나,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가 묘비명이 되었다. 묘비명은 남은 자의 몫이므로 어쩔 수 없다.
그의 시를 소개한다.
봄날은 간다
이외수
부끄러워라
내가 쓰는 글들은
아직 썩어 가는 세상의
방부제가 되지 못하고
내가 흘린 눈물은
아직 고통받는 이들의
진통제가 되지 못하네
돌아보면 오십 평생
파지만 가득하고
아뿔싸,
또 한 해
어느새 유채꽃 한 바지게 짊어지고
저기 언덕 너머로 사라지는 봄날이여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되는 것은 모든 작가의 희망일 듯하다. 생전 평범하지 않았던 이외수 작가의 영면을 기원한다.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
살았노라, 썼노라, 사랑했노라.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틴어 Veni. Vidi. Vici.)'를 떠올리게 하는 이 묘비명은 소설 [적과 흑]을 쓴 프랑스의 스탕달(본명: Marie-Henri Beyle, 1783-1842)의 묘비명이다.
VISSE, SCRISSE, AMÒ.
살았노라, 썼노라, 사랑했노라.
그는 20대 초반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7년간 음악, 미술, 연극에 몰두하는 딜레탕트(Dilettante) 생활을 하며 스탕달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스탕달은 독일의 지명 슈텐달(Stendal)에서 따온 것으로 빙켈만의 고향이다. 빙켈만은 스탕달뿐 아니라 괴테와 레싱 등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미친 근대 미술사학자이다.
스탕달은 그의 일생을 썼고 사랑했다고 한다. 더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
탐정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
아서 코난 도일(Sir Arthur Conan Doyle, 1859-1930)은 '셜록 홈스' 시리즈를 쓴 작가다. 그 자신이 소설가이며 의사이며 탐정이었으니 그의 묘비명은 날카롭다.
STEEL TRUE
BLADE STRAIGHT
ARTHUR CONAN DOYLE
KNIGHT
PATRIOT, PHYSICIAN AND MAN OF LETTERS
강철처럼 진실하고
칼날처럼 올바르다
아서 코난 도일
기사(경, 1902년 서임)
애국자, 의사 그리고 문학가
그는 살면서 인정받고, 죽어서 길이길이 사랑받는다. 그가 바라는 바와 조금 달랐을지언정 부러운 삶이다.
[아서 코난 도일 관련 글]
https://brunch.co.kr/@snowsorrow/10
유명한 작가의 묘비명은 개성이 넘친다.
글이 분명하고, 그의 삶이 잘 설명된다.
쓰는 삶이 잘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