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이중섭
인생을 담은 그림을 본다.
박수근이 그린 서민의 모습
박수근(1914‐1965)의 묘비에는 포대기를 하고 아이를 업고 있는 여성과 쪼그리고 앉아 있는 여성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박수근이 자주 그렸던 서민들의 모습이다. 박수근이 보았던 그 시대의 서민의 모습이 서민화가 박수근 기념비라고 적혀있는 그 비석에서 세 사람이 풍화되고 있다. 전쟁의 잔해 위에 살아남아야 했던 모습이다.
그림이나 문학의 의미를 내게 묻는다면, 나는 그 시대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답할 것이다. 교훈이나 결과를 미리 염두에 두고 쓰는 그림이나 문학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모습으로의 그림이나 문학이기만 해도 나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박수근의 그림은 경성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아내었다. 의미 있는 일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리운 가족
이중섭(1916-1956)의 묘에는 둥글고 매끄럽게 가공해 놓은 까만 도화지 같은 돌 위에 기호처럼 원이 그려져 있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엇인지 몰라 그림을 키워가며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서로 안은 두 사람이다.
이중섭의 그림에서 그 단서를 찾았다. [두 아이]이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가족을 일본으로 보내고 홀로 지내던 시기(1950년대 전반)에 이 그림들을 그렸다. 가족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으며, 자신의 두 아들이 그 대상이다.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은 끈끈하고 단단하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며 마음으로 그들을 안아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박수근과 이중섭은 동시대의 화가로 그 화풍과 그림의 내용이 다르지만,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같았다고 생각한다.
그림으로 새겨진 사람들을 향한 사랑은 은은하고 명료하게 혹은 단순하고 강렬하게 남았다.
그림으로 인생을 정리하여 그린다면,
무엇을 그려 남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