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 PAIK SONY
짧은 생, 그들은 위한 묘비에서 할 말을 잃었다.
아버님 어머님 父兮母兮
저 때문에 울지 마세요 莫我哭兮
금각(1569-1589)은 18살에 세상을 떠나며 부모님께 이러한 글을 남겼다. 금각은 허균과 같이 수학하던 사람으로 허균은 그가 살아았었다면 문장의 맹주가 되어 나라의 보배가 되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묘비명은 아래와 같다.
봉성 사람 금각은 자가 언공이다.
일곱 살에 공부를 시작해서 열여덟에 죽었다.
뜻은 원대하지만 명이 짧으니 운명이로다!
그는 폐결핵에 걸려 쇠약해진 몸으로 책을 읽었다. 주위에서 쉬라고 말렸으나, 이렇게 답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습니다.
내가 기호하는 바이기에
힘들다고 느끼지 않는데,
왜 몸이 상합니까?"
배우기에 시간이 촉박하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을 그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나의 지난 시간이 그에 비해 넉넉하였으니 한가로이 보냈던 것이 반추되었다.
* 참고자료: [내면기행], 심경호, 민음사
튀르키예에는 태극기가 그려진 묘비가 있다.
태극기와 KORELI(한국인)이라고 적혀있는 이 묘지를 살펴보면 이름은 PAIK SONY(1963-1965)로 2살 아이의 묘지이다. 묘지의 주인이 누군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1964년 튀르키예에 부임했던 대사관의 아이가 묻혀있을 것으로 보이고, 화장을 할 수 없는 튀르키예 문화와 그 시절 3~4번 비행기를 갈아타야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정이 겹쳐 타국에 묻어놓고 돌아갔으리라 추측하고 있다.
타국에 어떤 사연으로 서있는지 모르는 태극기가 마음을 울린다.
2023년 기준 한국의 기대 수명은 80세를 넘었다.
지금 2025년이니 기대 수명은 더 늘었을 것이다.
기대되는 수명이니, 그 수명에 미치지 못할지, 훨씬 넘길지는 알 수 없다.
피지 못하고 진 영혼을 보며, 나는 한숨 짓는다.
그들에게 넉넉하지 않았던 시간 앞에서
내게 주어졌던 시간을 반추해본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