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묘비명: 안식할 수 있도록

예이츠, 미켈란젤로

by 설애

죽음 후의 평안한 안식을 바라는 이들이 있다.


지나가라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아일랜드의 첫 번째 노벨상 수상자(1923)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Willian Butler Yeates)의 묘비명은 세 줄이다. 그가 죽기 1년 전 정한 것으로 죽음을 예상하고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묘비명은 그의 시 [벤 불벤 산 아래, Under Ben Bulben]의 일부이다. 벤 불벤은 아일랜드 북서쪽 슬라이고(Sligo)의 산 꼭대기가 뾰족하지 않고 넓게 눌린, 탁자처럼 생긴 산이어서 테이블 산(Table mountain)이라는 별명이 있다. 높이는 527m로 켈트 신화의 무대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예이츠의 묘는 이 산자락에 있는 수도원에 있다.


벤 불벤 산, 출처: Pixabay

그의 묘비명 3줄을 본다.

Cast a cold Eye
On Life, on Death
Horseman, Pass by.
출처: 나무위키


영문학이나 번역에 재주가 없어 기웃대며 번역문을 비교해 보았다. 직역하면, '차가운 시선을 삶과 죽음에 던져라. 말 탄 자여, 지나가라'이다. 차가운 시선이 냉정한 시선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문제는 '말 탄 자'이다. 예이츠가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이며, 민담을 비롯한 신지학이나 신비주의, 많은 종교에 관심이 많았음을 감안하면 이 '말 탄 자'는 우리말로 저승사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내 몸은 죽었으나, 내 영혼이 살아있으니, 저승사자에게 그냥 가라고 청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지나가라는 것인지, 저승사자에게 영혼을 잡아가지 말라는 것인지 시인만이 알 것이다. 그래도 의미는 하나다.


지나가라.


[참고]

1. 네이버 블로그

2. 국민일보


조용해라


미켈란젤로 디로도비코 부오나로티 시모니(1475-1564, 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피렌체, 로마 등 이탈리아 여러 지역에 거주하면서 수많은 걸작을 남긴 위대한 예술가이다. 미켈란젤로는 완벽주의자로 작은 것까지 정성 들여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의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


​나는 대리석 안에 있는 천사를 보았고,
그가 자유로워질 때까지 조각했다.
I saw the angel in the marble and carved until I set him free.


대리석에서 천사를 보고, 그에게 자유를 선사한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묘비명으로 알려진 문장을 본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는 것만이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이라오
Seeing nothing and not listening to nothing is what I really wanted.


하지만 실제 그의 묘에는 아래와 같이 단순하게 적혀있다. 위 영어문장에서 중복 부정되는 listening이 의심되어 정확한 출처를 찾아내려 했으나, 찾지 못 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에게.
​오래된 시모니(Simonii) 가문 출신의
​조각가에게.
​MICHAELI ANGELO BONAROTIO
​E VETVSTA SIMONIORVM FAMILIA
​SCVLPTORI


그는 생전 독설로도 유명하고, 일도 많이 했다. 그는 완벽하게 해내고자 했으니 피곤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죽는 순간까지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잘 못 알려진 그의 묘비명 대로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쉬시길 바란다.


Ancora Imparo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
I'm still learning.




예이츠는 노벨상을 받은 후에도 많은 작품을 써내고, 노벨상을 받기 전보다 더 훌륭한 작품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미켈란젤로는 완벽주의자로 많은 예술품을 남겼고 82세에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좀 쉬시길...

그러니 우리는 그들의 작품은 존중하되

쉴 수 있도록 조용히 지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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