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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뇌를 보는 기회

이토록 아름다운 뇌,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의 그림들

by 설애

상단 그림은 나무의 옆으로 뻗는 신기한 나무의 그림, 하단 좌측은 바닷속에서 춤추는 펭귄이고, 하단 우측은 내려다보는 유령의 얼굴 같다. 이 그림은 신경과학의 아버지, 1906년 노벨상을 받은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이 그린 것이다. 스페인 사람으로 '뉴런주의'를 주장한 과학자이다. 뉴런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인 가지돌기가시, 축삭돌기, 성장원추를 발견했다.




1885년 30대 초반의 라몬 이 카할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찍은 사진이다. 현미경 옆에 종이가 있어 종이 위에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다시 잉크로 그리고, 수채 물감으로 음영을 더하기도 했다. 아침에는 현미경만 보고, 오후에는 기억을 더듬어 스케치를 하면서 현미경을 보고 그림을 수정했다고 한다. 인쇄물로 발행할 의도로 참고용 기호도 같이 넣었다. 이 시대의 그림은 관찰의 결과이자 주장이었으므로 그림 그리고 설명을 잘 하는 것은 중요했는데, 라몬 이 카할은 이 분야에서 재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몬 이 카할은 사진 촬영에도 능력이 있어 많은 자화상 사진을 남겼다. 아래는 50대 후반의 자화상 사진이다.

디세뇨(디자인)이라는 단어는 구체적으로 하나의 문제를 시각적으로 사고해서 풀어내는 과정을 지칭한다. 어렸을 때부터 취미가 다양했는데 그 중 그림 그리기와 사진 촬영은 과학 경력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여 화가가 되길 희망하기도 했다.

촤측은 1868년 16세에 그린 소녀의 자화상, 우측은 예배당이 보이는 풍경으로 십대 후반에 그린 것이다.




책의 표지 그림이기도 한 이 그림은 라몬 이 카할이 "우리 공원에서 소뇌의 푸르키네뉴런보다. 더 우아하고 풍성한 나무가 과연 있을까?" 라고 한 나무 구조의 뉴런이다. 뉴런은 뇌의 개별 신경 세포이다. 이 뉴런으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정보가 한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라몬 이 카할이 유추했고, 50년 뒤 증명되었다. 같이 노벨상을 수상한 카밀로 골지는 망상이론(뉴런이 연결되어 신경망이라는 연속적인 네트워크를 거미줄처럼 형성한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이 두사람의 공동 수상은 노벨상 역사상 유달리 흥미로운 사건 중 하나로, 정반대의 이론을 주장한 두 과학자가 동시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 당시에는 현미경을 그림으로 그려가며 이론을 정립했는데, 이 이론이 맞는지 증명하는 실험 장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50년 뒤, 라몬 이 카할의 뉴런주의, 즉 독립적인 뉴런이 신호를 한 방향으로 전달하는 개념이 맞다는 것이 증명된다. 현재까지도 라몬 이 카할의 뇌 그림들이 명료하고 보편적으로 설명되어 있어 지금도 유의미하다고 한다.




글 처음에 보여준 그림의 전체는 각각 아래와 같다.

사람 소뇌의 푸르키네뉴런으로 책 표지 사진으로 사용되었다. 푸르키네뉴런은 중심축을 기준으로 부채를 펼친 뻗어나가는 나무 구조이다.


소뇌의 푸르키네뉴런이 상처를 입으면 a와 같은 액포가 생기고 크게 부풀어오른다. 이것을 펭귄처럼 그려놓은 것은 라몬 이 카할의 의도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1932년 노벨상을 받은 신경생물학자 찰스 스콘 셰링턴 경은 런던에서 며칠간 라몬 이 카할과 대화를 나누며, "강렬한 의인적 시각"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라몬 이 카할의 그림은 식물화 책에 실린다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 그림은 마비가 일어난 사람의 대뇌피질 속 교세포들이다. 교세포는 뉴런과 함께 뇌를 이루는 것으로 뉴런에서는 돌기(가지돌이와 축삭돌기)가 있어 전시 신호를 생성하고 전달하지만, 교세포는 전기 신호를 생성하지 않으며, 혈관과 맞닿아 혈류를 조절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교세포에 대한 기능은 현재까지 계속 논의되고 있다. 외상을 당했거나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은 환자의 뇌에서는 교세포가 변경되어 혈관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그린 것이 이 그림인데, 일부러 좌측 상단에 유령 같은 얼굴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없다. 세포는 손상되는 경우 재생이 되지 않는다. 알츠하이머가 안타까운 것이 이런 이유다.



이 책은 80종의 뇌 그림과 그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담겨있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의 알라딘 북펀드 후원자이다. 기대하며 이 책을 받아보았고, 아름다운 그림과 뇌에 대한 설명이 명료한 이 책에 후원한 것을 스스로 칭찬한다.


뇌에 관심이 있거나, 그림에 관심이 있거나, 노벨상을 받은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권한다.

<책의 미로> 스물두 번째 책

[THE BEAUTIFUL BRAIN, 이토록 아름다운 뇌]를 읽고 감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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