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문미순
이 책은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알라딘에서 책 소개를 가져왔다.
매해 걸출한 장편소설을 배출해 온 세계문학상, 그 열아홉 번째 수상작인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 출간되었다.
185편의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이 작품은,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두 주인공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잔혹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다.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는 50대 여성 명주와 뇌졸중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청년 준성은 잇따르는 불운과 가혹한 현실에 좌절하던 중 예기치 못한 부모의 죽음에 직면하자 그 죽음을 은폐, 유예한다. 막다른 길에서 그들이 감행하는 결단과 선택의 과정을 작가는 입체적이고 치밀하게 그리며 설득력 있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는 50대 여성 명주와 뇌졸중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청년 준성에게 닥친 불행은 갑작스러운 죽음이며, 그 죽음 앞에서 그들이 선택하는 것은 죽음의 은폐와 유예이다.
이 책은 간병하는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그들의 삶에 밀려드는 불행을 대책 없이 맞닥뜨린다. 그들의 선택이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없게 그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된 소설이다. 한 권의 책이 누군가를 설득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면, 이 소설은 찬사 받아야 마땅하다.
50대 명주는 이혼하고, 발을 다쳐서 취업도 못 하고, 자격이 미달되어 국가에서 받을 수 있는 돈도 없으니, 죽은 치매어머니를 미라로 만들어 어머니에게 나오는 돈을 가지고 산다. 철없고 능력도 없고 공감 능력도 없이 엄마에게 돈을 요구하는 딸이 하나 있을 뿐이다.
20대 청년 준성의 형은 아버지와 자신을 버리고 돈을 들고 도망갔다. 혼자서 젊음을 바쳐 그의 아버지를 돌보지만 남은 것은 부족한 학력과 빚뿐이다.
어두운 이들의 삶에 비해 소설은 담담하고, 명주는 악녀가 아니라 그저 무뚝뚝한 여자일 뿐이다. 준성은 인사성 바르고 책임감 있는 청년이나, 간병은 길고 도망가지 않고 버틴 그의 앞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이 소설이 조금이라도 현실감이 없었다면, 어머니를 미라로 만든 명주를 욕할 수 있도록 허술했다면, 이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면 나는 이 책 앞에서 덜 불편해하며 돌아섰으련만, 이 소설은 완벽하다.
그러니, 나는 이제 이 불행을 야기한 시스템을 탓한다. 이미 소개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다]에서 걱정하였던,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우리나라 시스템의 빈틈을 확대하여 보여준다.
책임감 있고 착하게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자책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불행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우리는 불행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책의 미로> 스물한 번째 책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을 읽어보시길